뭐 애당초 기대하진 않았다.
장기간 지방 출장으로 한 달 만에 만났지만 녀석은 내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는 그냥(정말 그냥) 쓱 나를 지나쳐 갔다. 탁묘를 해준 분이 그런 우리의 모습에 더 민망해 하던 상황. 내가 녀석을 잡아 케이지에 넣자 발버둥을 치며 야옹거렸다. 예전 인터넷에서 어릴적 키우던 사자를 수년만에 반갑게 만나던 감동적인 영상을 본적이 있다. 난 그것이 ‘구라’라고 확신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과 살던 ‘고양이’도 이 모양인데, 사자와 호랑이가 반가워하며 옛 주인을 껴안다니.. 도대체 그게 말이나 되는 시추에이션인가. 이 녀석은 ‘살려주세요. 이상한 아저씨가 절 납치하려나 봐요’ 딱 이런 뉘앙스로 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난 계속 툴툴 거렸다. ‘아무리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한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냐. 그래도 내가 주인 아니냐. 그동안 너 밥 먹이고, 똥 치우는 사람이 누구였냐. 니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 뭘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러는 건 정말 도리가 아니다.’ 나의 계속된 투덜거림에도 녀석은 무심한척 차창 밖만 보며 대꾸 한마디 없었다.
집에 도착했다. 장기간 출장으로 집은 난장판이었다. 녀석은 예전 쓰던 익숙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는 밥을 먹더니 침대에 누웠다. 수 시간 운전으로 피곤했던 나도 대충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집 청소는 나중에 하고, 일단 잠을 좀 자야지. 자고 일어나서 빨래도 널고, 청소도 좀 하고, 녀석과 한번 진솔한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녀석은 옆에서 자는 척 하면서 눈을 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