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기몽

'사랑이 타오른다'며 불에 비유한 그들의 생각은 옳다.
불은 기본적으로 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산소의 결합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불은 물질의 것도, 산소의 것도 아니다.
서로를 떼놓고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각자의 것이 아닌 채로
그들의 사이 어딘가에 웅크리며 존재한다.
그들은 각자의 분자식에 반응하여 결합하고, 빛과 에너지를 내뿜다가 연기를 뱉으며 시들어간다.

시작의 원인과 동기를 상대에게서 찾으려 하지만,
꺼지는 원인과 동기를 찾아 상대의 잿더미를 뒤적거리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타서 없어진것처럼 생각될 뿐 원래부터 있지 않았다.

둘 사이에서 열을 뿜고 있는 저 불꽃은
본디 각자의 것이었고, 둘 사이에 존재하다 그저 사라지는 것이다.
너의 불은 너의 것이었고,
나의 불은 나의 것이었다.
단지 우리 둘 사이에 잠시 피어올랐다가 내려앉는 과정일 뿐.
허니, 재가 남으면 뒤적거리지 말고
갈길을 가면 된다.
재를 뒤적거리는 건
놀이터를 오가던 검은 개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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