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같은

by 기몽

소설을 읽지도 않으면서 막연히 소설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글을 쓴다는게 그렇다. 다들 즐겨먹지도 않으면서, 막연히 맛보고 싶은 무화과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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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뇌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는 시신경과 뇌신경의 잘못된 연결로 인해 눈에 보이는 시각 정보를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 커피를 핸드폰으로, 직장동료를 마우스로 착각하는 병이다. 점점 병이 심해져서 정상적인 직장생활과 일상을 살아가기 힘들어지자, 그는 자살을 선택하지만 TV를 목에 메달 줄로 착각하면서 그것조차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여행 중 그는 사막여우와 대화를 나누고, 장미꽃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버려진 운동화에게 동네 이야기를 듣는다. 눈 앞에 펼쳐진 너른 바다와 사막과 나무와 담벼락이 원래 그것일수도, 아닐 수도 있음에 점점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때론 모자였다가, 깨진 유리잔이었다가, 빗자루로 변해서 그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그는 목소리 만으로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야 했고, 서로 침묵하고 있는 시간에는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그 사실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에게 이별을 말했다. 마지막 그가 본 모습은 파인애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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