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전환기, 선택과 시선
연구실에서의 세계는 넓지만 동시에 너무 좁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자들이 같은 주제와 목표로 실험하고, 논문을 쓰고, 학회에서 발표한다.
내가 연구한 분야에서는 모두가 에너지 밀도와 파워 밀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겠지.
아마 요즘 같아선 불이 나면 안 된다! 는 게 더욱더 중요해졌을지도-
그 안의 경쟁은 치열했고, 분명히 더 큰 세계를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이 기술은, 정말 세상에 나갈 수 있을까?
사회는 이 기술을 기다리고 있을까?
수많은 지식이 만들어지지만, 산업으로 연결되는 건 일부에 불과했다.
그 간극을 체감한 순간, 어느 세계보다도 좁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기술을 기획으로, 기획을 브랜드로 연결하는 일
세상의 필요와 산업의 언어 사이에서, 기술이 사람에게 닿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솔루션, 콘텐츠 플랫폼, 푸드테크까지
다양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연구기획, 사업기획, 제품기획 일을 시작하게 됐다.
산업은 달라도, 내가 고민하는 본질은 같았다.
좋은 기술이 사회와 연결되려면, 언어가 필요하다.
정책의 흐름을 읽고, 스타트업의 언어를 익히며,
사람 중심의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기획이라는 도구를 얻었고,
지금은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 내가 만든 것들이 작고 서툴지라도,
제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기술보다 먼저 이야기를 고민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질문을 품은 채,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