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전사들

by 바다유희

견디다 보면 견뎌진다


죽음을 방패로 삼아서

무기로 싸우면서

가슴마다 겨울산을 만들고

몇 번을 얼어서 죽고 살아서

나는 봄으로 건너간다


깊은 계곡의 얼음을 깨고

적막한 숲을 지날 때에도

두려움과 절망을 떨쳐가면서

드디어 뛰쳐나오는 봄의 길

사랑하는 이가 없어도

그가 기다리지 않아도

나는 살아서

따스히 생명 오르는 봄으로 가련다

나의 봄이 너의 봄이 아니 되고

나의 죽음과 생은 개별적인 것


봄으로 건너서 건너서

발걸음마다

혈관을 타고 뼈의 언어를 읽어가면서

살아감의 슬픔을 옮겨 걸어간다

사랑해꽃 27.3x41 oil on canvas 2021.jpg

그러니 누군가 물어 올 때

함부로 웃어주지 마라

침묵으로 아우성치며 오르는 생명들

함부로 말하지 않는 생의 언어들

안으로 안으로 삼키면서

미소가 피 오르는 그 꽃들은

겨울의 계곡을 지나 건너온 전사의 미소인인 줄

너는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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