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소멸되는 시간

by 바다유희

무질서와 몰락이

막역하게 숨결로

거칠게 밀고 들어와

생의 집착을 흔들고

사랑의 열기는 환멸의 바닥으로 던져진 지 오래

맹렬히 덤비던 욕망의 풍경은

폐허가 되었지

청춘은 그렇게 기울어졌지


달이 져물어가고

별빛마저 사위었네

두 손 모으던 열망의 그림자는

모두 식어버렸네

나 시간 속에서

멸망에 이른 다는 것은

켜켜이 쌓여서 침잠되는 것

태초의 지구 어느 맹렬한 시간

처음 인간의 생명이 시작될 때

꿈꾸던 사랑이

빙하의 시간 속으로 내려갔어

아래로 아래로


퇴적된 꿈이면서 희망이 되는 것은

그 아득한 시간에 갇힌 푸른 눈물의 결집

내 마음의 오래된 생명이

다시 부활하여 오는

그 몇 대 선조의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또 어머니의 어머니

오시는구나 내게 억겁의 시간을 건너서

같이 내려가면서 익어가면서

사위어가면서 기울어가면서 잃어가면서

아래로 아래로

이별연습  145.4x89.4 oil on canvas 2015 (1).jpg

그림/문선미:제목/이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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