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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응민 Jan 12. 2021

서울, 블라디보스톡이 되다!

5분 글쓰기 : 2020년 1월 6일의 기록

뜨겁도다 2021년 : 1월 4일 ~ 1월 5일


월요일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업무는 밀리고 일손은 부족하다. 그 와중에 평소 심한 감정기복으로 스트레스를 주던 과장이 시비를 걸었다.


본인 업무 범위도 아닌데 오지랖 떨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결국 참지 못해 제스쳐를 보였고 과장은 그대로 책상에 서류를 던져둔 채 자리로 돌아갔다.


올해 처음으로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도대체 1분이면 끝나는 경리 업무를 처리 못하고 선을 넘으며 전 직원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려는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오죽하면 친구에게 퇴근하며 하소연했다. 가뜩이나 업무로 지쳐 있는 가운데 첫 날부터 이러니 자신이 없었다.


여기에 시무식도 진행하려는 회사 방침에 아리송하긴 마찬가지. 연이은 수주로 회사 분위기는 작년에 비해 매우 좋은 건 십분 이해하나 방역 방침에 어긋나는 일을 시도하는 건 이해불가. 그렇게 다소 불편한 하루를 끝마치고 귀가했다.


화요일도 업무가 바빠 30분도 채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 같다. 야근은 당연했다. 특히 수주량에 비해 실무자가 턱없이 적어 부담이 가중됐다.


이전처럼 철야를 한 건 아니었지만 탈력감이 들어 덧없이 퇴근했다. 그 다음날 중요한 회의가 예정돼 일찍 잠들어야 했지만 괜히 뒤척이다 새벽 3시 즈음에나 눈을 붙였다.


험난한 퇴근길 : 1월 6일


한파에도 불구하고 안양 평촌까지 스쿠터를 몰았다. 다소 추운(?) 날씨에도 지각이 걱정된 까닭이다. 회의는 무사히 마쳤고 사무실에 돌아와 업무를 처리했다. 회의 시간도 길었고 40여 분가량 스쿠터를 이끌고 사무실로 이동해 정신없었다.


급한 업무는 마치고(내일로 미뤘다) 퇴근하려는 찰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때가 오후 7시. 서둘러 퇴근하면 폭설이 오기 전에 귀가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도로를 뒤덮은 눈에 중앙선조차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가족을 비롯해 본부장에게 안부 연락이 올 정도로 몰아치는 눈에 스쿠터를 두고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시트에 눈이 쌓이기 전의 모습. 아마 방전될 것이다.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퇴근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통 오지 않았다. 정류장 알림판을 보니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이었다. 심야버스 대기시간이나 다름 없었다. 포기하던 찰나, 예정에 없던 버스가 와서 승차했다.


그러나 난곡로에 정체된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승객들은 나를 포함해 전부 내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본 적 없지만 이런 풍경이 아닐까 어림짐작했다. 거리 곳곳에 도보로 움직이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집에 돌아오니 우선 어머니는 아파트 단지 내 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와 눈을 치웠다. 아파트 경비로는 눈 치우기가 버거운 것. 1시간 이상 눈을 치우고 왔다고 했다. 동생은 겨우 들어와 업무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다가 이내 지쳐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이달 내내 재택근무로 오전에 잠시 나갔다온 모양인데 결국 쌓인 눈으로 인해 문제가 생겨 다시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보고 있다. 새벽 철야를 진행하셔야 할지도 모른다. 대기업 부장의 삶도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연봉 1억 이상이면 워커홀릭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아버지 연봉을 고려하면 워커홀릭 수준이 아니라 일과 존재의 합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가운데 어머니가 믹서기로 주스를 만들고 있어 아버지가 신경질을 냈다. 거의 내색을 안 하시는 분인데 상황이 급하다보니 한소리를 한 모양. 어머니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족이 침묵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때 아닌 폭설로 눈사람을 만들며 즐거운 사람도 있을 터이다. 힘겹게 퇴근하고 내일 출근을 걱정하는 직장인도 많다. 그 중 하나로서 이 지친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새해부터 탈력감이 반복되는 나날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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