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을년넘들<10>
김서방만 생각허면 가심이 짠해 죽겄어.
가까이 있으믄 좋을 것인디, 보고자플 때 보고...
지난번 왔을 띠 잘해줄 것인디 가고 나믄 후회시러워 죽겄어야.
김서방헌티 잘혀라 잉.
써글년! 또 트집을 잡기는...
지럴 엠빙들 말고 남편을 귀하게 여기라고 나가 수백번도 더 일렀구만.
그리야 여자도 대우받는 것이여.
시상 남자들 다 거기서 거기여.
내 맘에 꼭 드는 남자가 워디 있다냐?
갠한 헛소리 허들 말고 김서반헌티 맛있는거나 많이 해줘라.
나물도 잘 묵고 전도 좋아하드만.
남자는 집에서 여편네가 해주는 맛있는 밥 묵어야 힘이 나는 것이여.
글고 맨날 얘기한 거신디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닌께
씨잘데 읍는 욕심 부리지 말어.
돈도 명예도 건강 없이는 아무 짝에도 쓸데 없어야.
느그들 둘이서 만난 거 먹고 좋은 거 보로 댕기고,
고로코롬 즐기면서 사는 게, 젤이여.
부부는 서로 감사하는 맘으로 살아야 혀.
고것이 참 인생인 거시여. 알긋냐?
엄마 전화를 끊고 저녁 준비를 했다.
감자 샐러드, 호박 버섯볶음, 꽁치조림, 김치찌개도...
실은 김서방 욕 좀 하려고 엄마한테 전화 했는데
사위 생각해주시는 엄마의 마음이 절절해서
한마디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
문득, 친구들이 부모 때문에도 남편과 못 헤어진다는 말을 하던데,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어쩌면 엄마는 내 생각을 빤히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