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는 지느러미, 그리고 아가미와 내장을 떼어낸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손질해서 네 토막 정도로 잘라야 해. 그래서 냄비에 넣어 끓이다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소금 약간, 풋고추, 붉은 고추와 대파를 어슷어슷 썰어 넣어 끓여라. 그러다가 청주를 두어 스푼 따라 넣은 다음 다진 마늘에 생강 집어넣고… 아~ 고춧가루가 빠졌구나” “예, 어머님. 그리고 쑥갓도 같이 집어넣어야죠?” "그래, 그래. 맛을 좀 보면 칼칼하고 얼큰하고 시원할 거야. 깍지 아비가 아주 좋아하겠구나. 네가 생각해서 끓였다고 해라” “히히히… 알았어요. 어머님! 요즘 환절기니까 감기 조심하세요”
엄마는 방배동 할머니의 전화를 끊더니 나에게 슬쩍 윙크합니다. 나는 그 윙크의 이유를 다 알거든요. 만날, 만날, 시골 외 할미에게 물어보던 엄마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방배동 친할머니에게 찌개 끓이는 방법을 물어보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라고요.
며칠 전 엄마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어요. “얘. 이따금마다 너희 시어머님한테 반찬 하는 거 물어봐. 뜬금없이 웬일인가 하다가도 금방 신이 나서 이것저것 자신의 반찬 노하우를 알려준단다. 그것은 은근히 며느리 앞에서 폼 잡는 거지. 물론 너는 꿩 먹고, 알 먹고… 이게 바로 고부갈등 치료제라는 거야. ㅋㅋㅋ…”
엄마는 오늘 저녁 그 친구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게 틀림없어요. 울 엄마 꾀보 엄마 맞죠? 어쨌든 방배동 친할머니와 엄마, 두 사람 사이가 좋으면 좋잖아요.
오늘 저녁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오시는 아빠는 친할머니가 몰래 가르쳐준 동태찌개를 맛보고는 깜짝 놀라겠죠? "오우~! 어쩜 우리 엄마 동태찌개 맛하고 똑같아! 아니지 아냐, 당신이 끓인 동태찌개 맛이 한 수 위인 거 같아!" 아빠도 인제 보니 엄마 비위 맞추는 아부꾼이 다 되었나 봐요. 엄마는 슬쩍 나를 쳐다보며 웃습니다.
시골에 계시는 외할미 보셨죠? 외 할미도 엄마가 방배도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거 좋지요? 이제 엄마 걱정은 뚝 내려놓으셔도 된다고요. 우리 집 행복이 뭐 따로 있나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