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일기

by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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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일기>
1월 14일

“여보, 저기 있잖아....”

내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남편은 화들짝 놀라며
주방에 있는 나에게로 부리나케 달려와
어쭙잖은 행동으로 내 표정을 살핀다.
"왜요? 무슨 일이..."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오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가슴에 엉켜든다.
내 남자도 별수 없이 나이 팔십이 넘어가니
행동거지가 하나, 둘씩 탈색이 되어 가는가 보다.

옛날 같았으면

"왜 그래? 뭔데? 왜 자꾸 불러?"

있는 대로 거드름을 피웠을 남자였었는데...


속이 상했다.
그 옛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큰소리 땅땅 치던
남자다운 내 남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정말 썩을 놈의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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