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또 냄비를 태워먹었다

by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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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또 냄비를 태워 먹었다.
고등어조림 한다고 냄비를 가스 불위에 올려놓고
TV의 드라마에 빠져 깜빡했다고 저 야단이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그 냄비는 아내가 평소에 제일 아끼던 냄비였다.
지난번 홈쇼핑에서 할부로 거금 주고 산 거였다.

할 수 없이 남편인 내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설 수밖에 없다.
철 수세미를 들고 또 냄비와 씨름을 해야 한다.
아내는 꼭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선처를 바란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여우'라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나는 꾹 참고 철수세미를 들고 싱크대 앞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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