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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양 Sep 24. 2022

어떤 일은 운명이 되고

오늘은 여기까지 걸을게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스스로 운명론자라고 말하고 다녔다. 운명론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이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믿고, 그러한 사람을 운명론자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건에 대한 인과관계나 논리를 부정 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적당히 설명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운명 같은 일을 경험한 적이 꽤 많았다. 거의 포기 직전이었던 것이 기적처럼 이루어진 경우나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과 여러번 마주친다거나 어쩌다 읽게 된 책에서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단어나 장소 같은 것이 등장 할 때. 나는 이런 것이 바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운명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전후 상황이 어떤지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나는 단지 모든 기적 같은 상황을 '운명'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닐까?  운명론자이기 전에 의미부여를 좋아하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 세상에 꽤 운명적인 요소가 있다고 믿고 그렇기 때문에 삶이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최근에 나에게 다가온 운명적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전주에 간 일이었는데 알고보니 십 년 전 같은 날에도 전주에 갔었다는 것. 하고 많은 여행지 중에 정확히 일 년 전 왔던 곳에 다시 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이런 놀라운 우연과 운명을 좋아한다. 왠지 10년 후에도 전주에 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칠월 오일을 전주의 날이라고 정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파리에서 빌었던 소원이다. 당시의 나는 일부러 자정이 되기 전 트로카데로를 찾았다. 자정이 되면 에펠탑의 노란 빛이 하얀색의 반짝이는 빛으로 변하는데 그 찰나에 소원을 빌기 위해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나의 파리 여행 중의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다. 그러다 삼 년 전에도 이렇게 소원을 빌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삼 년 전엔 어떤 소원을 빌었지? 당장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잡상인과 관광객으로 가득찬 계단에서 맥주를 비울 때 그 소원이 마법처럼 떠올랐다. 


 그 소원은 '파리에 꼭 다시 오게 해주세요' 라는 것이었다. 


이건 운명적이다. 삼 년 전의 내가 파리에 다시 오게 해달라고 빌었고 삼 년 후 다시 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굳건한 운명론자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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