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진행 중인
상반기 기획전 <입는 존재>를 보고 왔다.
우리의 일상에서 옷을 입는다는 건 너무나 익숙한데, 그 익숙한 행위에 알게 모르게 여러 사회적 요소가 작용되어 왔음을 생각하게 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전시에서의 ‘입는’ 건 (대부분 옷이지만) 비단 우리가 입는다고 하는 옷뿐만이 아니라 의자나 탈 것 등 도구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는 2026년 6월 28일까지 진행되고, 2 전시실, 3 전시실, 4 전시실까지 이어져 있다. 16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회화, 사진, 설치 미술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1 전시실에서는 <블랑 블랙 파노라마> (2026년 3월 1일까지)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오늘 4월 1일부터 '문화가 있는 날'이 매주 수요일로 확대 운영된다.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고 관람 시간이 길지 않을 만한 전시이니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관람하면서, 이 전시는 '입는 존재'라는 제목에 알맞게, 옷을 입는 '존재‘를 조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작품들을 보면서는 그 우리 존재라는 것이 역사 속에서 나쁜 것들을 반복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중 흥미로웠던 작품 몇 개.
인식표들로 만들어진, 안쪽이 텅 빈 갑옷.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화려한 케이크를 무겁게 짊어지고 있는 아이.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 1.
연작 중에서, 바른 자세를 위한 철제 의자. 여성의 신체와 움직임을 억압해 온 가부장적 사회를 보여준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 2.
화면에서 보그 매거진이 무미건조하게 넘겨지고, 그 위에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한 톤으로 직접 구성한 글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마치 어렸을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실물화상기로 책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지루하게 읽는, 그런 수업을 들을 때가 떠올랐다.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영상 작품.
‘입는다는 것이 무엇을 전제로 가능한지.‘
전시 해설도 같이 들으면 좋을 것 같은데, 두 전시 모두 전시 해설을 듣지 못해 약간 아쉽긴 하다. 저번 달에 보고 온 <블랑 블랙 파노라마>는 어려웠기 때문..
내 기준 <입는 존재>는 어렵지 않았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고, 이 사회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원시립미술관의 전시 소개글 중에서 마지막 두 문장을 가져와 본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입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사유로 이어진다. 이 전시가 전시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자신이 무엇을 입으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둘러싼 기준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