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_ 파올라 코르텔레시

by 강가든

Happy Women's Day!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C'è ancora domani, 2023)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1946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막 생겼고, 곧 중요한 국민투표를 앞둔 시기에, 우리의 주인공 '델리아'는 이러한 변화는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일이라는 듯 여전한 일상을 사는 듯하다.


델리아는 이 시기 이탈리아의 여성이자, '두 번의 전쟁을 겪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남편, 시아버지, 그리고 세 명의 자식들과 함께 반지하 집에서 살고 있다. 델리아는 하루 종일 집안일은 물론이고 주사를 놓으러 다니는 출장 간호일과 속옷 수선일을 하며 돈을 번다.


이런 델리아의 일상은, 우리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극적이기 그지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 수 있듯 그 이유는 남편이다. 남편은 델리아를 아내가 아니라, 옭아매고 명령을 내리는 대상이다.

심지어 남편은 델리아를 때린다. (영화는 다행히도 이런 장면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해 주지 않는다. 그게 사람들을 배려해주기도 하고, 이 영화가 가진 코미디적인 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폭력은 두 번의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전쟁 탓만 한다. 동네의 이웃 여성들은 델리아가 맞으며 사는 걸 알고, 아이들도 안다.

특히 자식들 중 첫째인 딸 '마르첼라'는 집안의 여자들을 인간취급하지 않고 엄마를 때리기까지 하는 아버지를 (당연히) 싫고, 이렇게 살면서도 맞서거나 떠나지 않는 어머니에게도 화가 난다.


델리아는 이렇게 산다. 맞서거나 떠나지 못하고, 그냥 참으면서. 그런데 사실 그는, 마르첼라의 웨딩드레스를 사기 위해 자신이 번 돈 중 몇 푼을 몰래 '훔쳐두고' 있다. 남편 몰래.

"네 돈인데 뭘 훔쳐?" 다행히도 델리아에게는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고, 그냥 친절했을 뿐인데 그 이상으로 감사해하는 듯한 착한 미군 한 명, 그리고 왠지 자신과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딸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델리아가 영화 중반에서 누군가에게 '비밀스러운 편지'를 받은 후부터 마침내 영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 직전까지, 정말 직전까지! 델리아가 누구에게 어떤 편지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게,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영화가 끝을 향해가기까지 중요한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델리아가 받은 편지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과, 친구와의 대화와, 딸을 바라보며 변화해 가는 표정 등으로 그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뿐이다. 그게 영화의 마지막에서, 델리아와 마르첼라와 다른 여성들의 다음 발걸음을 장식하므로, 영화를 직접 보며 이들과 함께 웃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 직전까지 내내 스트레스받을 수 있는 영화다. 왜냐하면 영화는 영화 속 남자들(델리아 친구의 남편과 그 착한 미군만 빼면 말이다.)이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를 모두 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델리아의 남편은 모든 여성 혐오 발언과 행동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으며, 시아버지도 그와 똑같고, 영화 속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몇 남자들에게도 여성 혐오가 바탕이 된 사상이 깔려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너무 과한 캐릭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영화의 배경은 여성이 투표라는 걸 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그것도 엄청나게 새로웠던 시기이다. 그러니 영화에서 보여준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영화에서처럼 그때의 남성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숨 쉬는 것과 다름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델리아의 남편처럼 폭력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어도 말이다.


델리아의 눈빛을 확 변하게 만든 게 마르첼라라는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이를 포함해서 여러모로, '그럼 그렇지'라는 말에 '그럼 어떻겠니?'라고 받아치는 듯한 영화라서 더 좋았다. 그러니 델리아가 받는 스트레스를 같이 체험(...)하고, 그의 비밀스러운 고민을 이리저리 짐작해 보고, 어느 대목에서는 그걸 어느 정도 짐작하고, 그러면서 영화의 마지막으로 같이 걸어 나가보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말에 같이 안도하며, 마지막의 카타르시스 역시 영화 속 그들과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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