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9th

by 강가든


<제59회 2025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보러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다녀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고 있고,

작년 12월 27일부터 시작해서 올해 3월 28일까지이다.


먼저, 이 전시는 무려 1964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 아동 도서전 '볼로냐 아동 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의 메인 행사이며, 2025년에 59회를 맞이했다. 한국을 포함해 개최국인 볼로냐, 그리고 일본과 중국까지 4개국의 여러 도시를 돌며 세계 투어 전시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열리는 아동 도서전

아예 이 도서전 현장에 가보고 싶다.

이번 전시는 5개의 섹션(일상 속 특별함, 환상 여행, 자연 이야기, 우리가 사는 세상, 감정의 조각)으로 짧게 짧게 구성되어 있고, 일상과 상상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안에서 겪고 있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각 작가들의 개성 있는 그림을 통해 볼 수 있다.

일러스트 작품이나 그림책을 좋아한다면 와볼 만한 전시이고, 무엇보다도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오기 정말 좋은 전시일 것이다.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소요시간이 길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도 않으니. 아동 도서전의 행사이니 당연하다.

중간에 그림책 읽는 공간이 작게 있는데, 전시를 관람하러 온 아이들이 그 공간을 반가워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나는 그냥 지나갔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책이 있는지 보진 못했으나, 아마 기념품 공간에 있는 책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 MD는 전체적으로 확 만족스러운 게 없었다. 전시 규모에 맞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좋았던 건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 들어간 책이 있어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아동 도서전이라는 것에 걸맞게 책이 생각보다는 다양하게 있었다는 것. 그리고! 도록은 정말 사고 싶었다, 결국 참긴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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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진들은 전시의 일부, 좋았던 그림들 몇 개의 일부이다. 짧은 감상과 함께 기록.

작고 귀여운 체리 _ 하다 요시코 / 혼합 재료

​이런 그림체의 새(겠지.?)는 항상 귀엽다.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저 봄 같은 색감의 초록색 몸에 똘망한 눈을 보라

어울리지 않는 것들 _ 파울리나 라우 / 디지털 작업

​몇 초 후에 벌어질 뒷일을 상상하게 하는 아슬아슬함.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있는 그림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요? _ 안나 폰트 / 콜라주,수채화,색연필

이 그림도 꽤 오래 보고 있던 작품.

각자의 역할이 있는 우리가 복작복작 살아가며 모든 장면을 만드는 것.

아티초크 이야기 _ 산티아고 게바라 / 콜라주

아티초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애완동물 _ 멜리사 시레스 / 수채화

​너무 귀여워서 포스터가 탐났던 그림이다. 특히 마트에서 장 보는 저 컷.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기념품가게에 이 작품이 꽤 많이 보였다.) 반려 사람을 키우게 된 고양이 이야기. 작가는 우울증을 겪던 팬데믹 당시, 한 길고양이 덕분에 삶의 즐거움을 찾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수채화여서 더 몽글몽글하다.

다리 긴 남자 _ 벤자민 필립스 / 혼합 재료

​아, 이야기의 줄거리를 읽고 그림을 보면서 마지막 장면의 그림이 궁금했다.

긴 다리 때문에 사람들의 차별적 시선을 받던 남자가, 그 긴 다리 덕분에 대홍수에서 이웃들을 구하게 되는 이야기. 디테일을 단순하지만 생생하게 그리는 그림체가 상페를 떠올리게 해서 일단 눈길이 오래 멈춰 있었던 그림인데, 이야기도 마음에 들고 궁금함도 남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2025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도록 표지 _ 시드니 스미스

​마지막으로는 이번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도록 표지 작품.

따스함만으로 가득하다. 특히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보이는 공중의 먼지 같은 저 부분이 마음에 든다. 먼지.. 맞나.? 따뜻하고 포근한, 아이들이 있는 집 실내의 향이 날 것 같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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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전시나 아트북 등으로 일러스트 작품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고, 내년(또는 올해)에 제60회 전시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개국이라 세계 투어 전시라고 하기엔 열리는 장소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긴 한데, 어쨌든 그중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이었다.

나처럼 일러스트 작품 보는 걸 좋아하거나, 그래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조금씩이지만 한 번에 구경하며 새로운 작품 또는 작가를 알고 싶거나,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으로 가볍게 마음을 채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사랑스러움과 따뜻함과 이해와 공감과 배려와 꿈과 생각들로 가득한 세상을 바라는 게 당연하며,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자라나야 하는 것도 당연하며, 또 그걸 위해서는 사람과 자연이라는, 바로 우리의 기초부터 사유하는 것 또한 당연할 것이다.

계속 배워야 해!


전시장 초입, 크리스티나 피에로판의 서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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