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영웅
공무원은 이 시대 영웅이다. 단언컨대 그렇다. 상황의 조건에 따라 판단과 행동이 달라지는 사람을 우린 영웅이라고 하지 않는다. 영웅은 상황을 맞아 공동체를 위한다는 전제만 있다면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어려움에 처한 힘없는 사람을 조건을 묻고 따져서 배트맨이 구하던가. 전쟁터에서 총상 입은 병사가 설사 적이라도 생명을 구하는 의사는 전쟁의 유일한 영웅아닐까. 상황만 보고 조건은 따지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야말로 이 시대의 영웅, 그것도 거의 유일한 영웅이다.
공무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에이전트 직업일듯 하다. 공동체 조직이 생기면서 조직을 운영하고 공동체 구성원을 “대신해서” 공적인 일을 담당한다. 공동체가 국가, 도시면 국가공무원, 시공무원이 국가와 시의 구성원인 국민과 시민의 대행자인 에이전트가 된다. 정당과 의원도 대행자 처럼 보이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즉, 국회의원, 시의원은 국민과 시민만 보고 일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조건이 있다. 정당의 이익이 생겨야만 공동체가 아니라 그들 조직을 챙긴 이후에 국민과 시민을 챙긴다.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그들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정치인을 영웅시 하는 것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인다고 믿는 망상이다.
공무원을 통하지 않는 정치는 없다. 그 이유로 정책의 모든 것을 공무원만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에이전트로서 국민과 시민을 대행해서 조건없이 일하지만 정치적인 정당의 이익이 뻔히 보이는 일을 해야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 실행을 담당해야 한다. 이 보다 더 힘든 직업이 있을까 싶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인도 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기업이 잘 되어야 국가도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국가를 위해 아무리 큰 일을 해도 기업인을 영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기업인에게는 조건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업의 이익을 따진다.
공무원에게는 상황만 있을 뿐 조건이 없기에 정치인, 기업인과는 비교될 수 없는 어렵고도 의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시키는 일을 아무런 생각없이 단순 수행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것도 공무원은 감수해야 한다. 섭섭하고 억울하지만 묵묵히 일하는 것이 공무원이다. 정치집단인 정당이 그들 조직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정책을 국민과 시민을 위해 조건없이 수행하면서 정책 수행의 끝에는 정당이 아닌 국민과 시민을 위한 길이 생기도록 만드는 마법사가 공무원이다. “박수 한번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