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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언어에서 아이콘 기호로

신화에서 이미지로

by 강하단

상징에서 아이콘으로 옮겨 가는 가치


글자 ‘똥’을 보면 매일 누는 배설물을 나타내는 글자인줄 안다. 하지만 외국에 가 그 나라의 ‘똥’이라는 글자를 처음 보고 배설물 똥인줄 알 수 없다. 상징은 의미하는 것을 특정한 기호로 약속한 것이다. 글자와 돈이 대표적인 상징 기호이다. 기호에는 상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전 처음 보는 미술작품을 보고 왠지 모를 공포를 느꼈는데 다른 전시장에서 다른 작품을 보고도 처음 본 작품과 비슷한 공포를 느껴 확인해 보니 같은 작가의 작품이었다. 작가를 모른채 작품으로 온전히 공포를 느낀 것이다. 이제 두 작품을 통해 작가의 면모를 어렴풋이 알게 되고 작가를 떠 올리면 공포 이미지가 함께 온다. 작가는 공포란 이미지로 소통하게 되어 아이콘이 하나 생긴 것이다. 공포를 주제로 작업한다고 소개하지 않았지만 작품 감상자가 발견한 이미지이므로 작가와 감상자가 소통한 기호이며 이를 아이콘 기호라고 한다.


기후변화 위기하면 여름철 폭염과 최근 겪은 태풍이 떠 오른다. 기후변화는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전에는 잘 되지 않았었던 사과농사가 잘된다면 기후변화는 해당 지역에 새로운 선물을 준 고마운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이전에는 몰랐었던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이렇듯 무언가 의미를 주는 존재를 통해 떠오르게 만드는 기호가 아이콘이다. 기후변화의 아이콘은 폭염 이미지, 태풍 이미지, 사과 이미지가 있는 셈이다. 야구경기에서 얼굴을 가린채 타격하는 폼만 보고도 특정 선수가 떠오른다면 아이콘이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콘은 무엇일까? 출신 대학교, 살고 있는 아파트, 출생 도시, 고등학교… 이런 것들이 아이콘이라고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고 어쩌면 슬픈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라 학교, 아파트, 도시 자체를 아이콘으로 삼는 사람들은 너무 흔해 아이콘이 아니다. 그런데 자신을 소개할 때 이런 것들을 빈번하게 사용한다면 하찮은 것을 아이콘으로 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모습이 아이콘이 되어 버린다.


이미지가 아니라 학교, 아파트, 도시와 같은 대상을 아이콘으로 삼는 오류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한 잘못은 상징으로 아이콘을 만드는 것이다. 청렴함으로 사회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청렴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것은 청렴한 이미지이다. 자기가 또는 추종하는 사람들이 청렴하다고 이름 붙인다고 아이콘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돈이 아이콘이 될 수 없다. 어떻게 돈을 벌었고 사용했는지가 돈이란 아이콘을 부여한 것이다. 상징과 아이콘이 종종 혼돈되어 청렴하다고 외치고 어떤 돈이라도 돈만 많으면 자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오해해서는 웃음거리 밖에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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