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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비즈니스 모델

대형언어모델 인공지능이 가져다준 저작권이란 선물

by 강하단

<맹자>의 양혜왕 편에서 백성을 위해 이익을 구하는 양혜왕에게 맹자는 ‘하필왈리(何必曰利)’라고 조언한다. 이익을 만들어 직접 가져다 주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 아니고 대신 백성이 모이도록 하면 그곳에 자연스럽게 이익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강력한 신문과 방송국이 있어 그런 언론 권력 주위에 예전에는 사람들이 모였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곳이 곧바로 가치와 힘을 갖는 언론이 된다. 유튜브 구글 비즈니스 모델인데 현대판 하필왈리인 셈이다. 디지털 시대 글의 저작권은 철저하게 하필왈리 가설을 따라야 한다.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 중 으뜸은 뭐니해도 언어다. 언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의 다른 표현이고 말과 글도 언어이지만 경제적 기호인 돈도 넓은 의미에서 언어이다. 여기서 글과 돈이란 두가지 언어를 소유권 측면에서 연결하는 법을 글 저작권이라고 한다. 애초에 글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생긴 가치 소유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글 저작권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글의 주위에 사람이 모이게 하는 큰 힘은 글이 아니라 명성과 돈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군가의 글과 말은 읽고 믿지만 다른 누군가의 글과 말에는 눈 막고 귀 닫는다. 상품으로 만들어진 가치만 구매하는 글 소비자가 되어 버렸다. 애초에는 ‘하필왈리’였지만 언제부터 인가 돈이 가진 힘이 글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니 저작권에 대해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기획한다면 돈과 명성 주위에 글이 모이는 지금의 움직임을 다시 글이 모이고 그 곳에 돈이란 가치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녹록치 않아 보인다. 글 보다는 돈과 권력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글을 통제하다보니 글 읽는 우리가 문해력이란 능력까지 상실해 버렸다.


문해력의 위기는 책을 세심하게 읽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세상 질서에 대한 가설인 하필왈리로 해석하면, 글이 모여 가치를 만드는 대신, 돈 중심 가치 주위에 글이 모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이런 현실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글을 더 이상 글일 수 없게 한 돈과 권력 탓을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게 될 일 이었으면 책읽기 캠페인, 정부의 정책적 장려, 학교 교육으로 이미 해결되고도 남았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은 독서의 중요성, 정부와 관련 기관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은 일상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에서 조차 소외되고 있다.


그럼 저작권으로 다시 돌아가 문제의 핵심을 다시 짚어보자. 좋은 글을 쓰면 저작권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좋은 글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좋은 글 주위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돈과 명성이란 권력 주위에 사람이 모이는데 권력의 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권력자들의 글에 다시 저작권이 작동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유지한다면 글 자체가 좋아 사람이 모이는 것은 어려워지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글과 저작권이 가야할 방향은 정해졌다. 강력한 힘을 중앙집중적인 가치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번째,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 ‘대형언어모델’을 이용하는 것이고, 두번째, 블록체인 디지털 기술을 담은 경제모델로 저작권 자체를 화폐화하는 전략이다.


‘대형언어모델’에 기반한 인공지능으로 글의 저작권을 맡기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글 쓰는 작가의 모든 언어는 디지털 시대 어차피 생성형 인공지능의 언어 창고인 빅데이터 속으로 들어가 저장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글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가 사용해 이익을 취하면 그 이익의 일부를 내가 사용한 글을 쓴 작가와 나누는 저작권 원리를 갖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내가 글을 써 정당하게 번 돈을 왜 나누어야 하냐고 생각하지 말고 나의 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의해 쓰여져 그 이익을 나누게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는 글이 갖는 가치의 순환경제를 창조하게 되는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글이 쓰여지고 다시 다르게 쓰여지고, 그리고 또 다시 다르게 쓰여지면서 가치의 크기가 변해가겠지만 근본적으로 쉼없는 가치 생성의 순환을 통해 저작권 자체가 다시 수익이 되는 경제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저작권을 인정해 주는 글의 기준을 어디까지 잡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가질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 부분까지 담당하면서 저작권으로 순환되는 새로운 가치 생성 경제모델을 염두에 둔다면 디지털 기술이 가까운 미래 지금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어렵기 않게 증명해 낼 것이다.


두번째 제안은, 저작권을 지금의 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의 형식을 띄는 ‘토큰’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자는 의미다. 암호화폐 토큰은 화폐의 목적과 사용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는 모든 사람이 특별한 조건없이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토큰은 식품 구입용, 대중교통 승차용, 부동산 매입용, 문화활동용 등으로 목적이 한정되고 사용 주체에게도 어느 정도 권한이 주어지게 된다. 전혀 복잡하지 않게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은 안내해 줄 것이다. 글 저작권을 운영하는 조직 또는 공동체도 하나 둘이 아니라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즉, 글 저작권은 화폐 공동체와 연결되게 된다.


누군가 책을 쓰면 책 속 글을 ‘대형언어모델’과 암호화폐 토큰 공동체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디지털 생성형 인공지능은 저자에게 모든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익은 저자의 글이 누군가와 만나고 다른 이의 글과 만났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 것이다. 글이 다른 글과 만나 맥락을 이룰 때 생기는 이익은 맹자와 디지털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일 것이고 그런 맥락을 우린 문해력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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