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천사람 Jun 17. 2024

프로필에서 브랜드명을 지웠다

'명함값'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서는 연습

직장생활 1-2년 차 시절, 사회로 먼저 나간 선배 분들께 항상 들어왔던 말이 있습니다.

"명함값에 기대지 말고, 너 스스로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그때는 이게 무슨 말인지 얼추 이해하고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사실 100%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에는 제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5년 차 직장인인 지금.

그 얘기들이 모두 이해가 되고, 이제는 제가 그 말들을 종종 꺼내고 있네요.

그만큼 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직장인보다 직업인.

현업에서 10년, 20년 이상 경력을 쌓으신 분들께서

매체에 나올 때 종종 쓰시는 문구죠. 저는 이 문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의 로고나 슬로건이 박힌 명함,

그리고 그 옆에 새겨진 내 이름.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명함값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이게 절대 부정적인 건 아닙니다. 그 명함값을 잘 활용해서 더 큰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반면 명함값에 갇혀 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대개 기업에 꿈을 품고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사원들에게는 그 명함값이 소위 말하는 ''을 넣어 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회사에 소속되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 이름이 그 회사와 함께 있고,

외부 행사에서 명함을 주고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타이틀과 이름을 보고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살펴보니, 그렇게 이어진 관계들을 명함이 바뀌었을 때도 오래도록 지속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오래도록 함께하는 분들이 있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명함이 바뀌며 멀어진 분들도 있습니다.


조직 이동을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내 명함이 바뀌어도, 나라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나를 원하는 사람들은 나의 소속에 상관없이 나를 찾는다.'



소속에 기대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힘.

직업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이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걸 깨달은 순간부터 소셜 미디어에서 소속 브랜드명을 모두 지웠습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멋있어 보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쉽게 설명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입사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고,

그 브랜드의 일원으로 동종업계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부끄럽지만 제가 그랬습니다.

15년을 준비해 온 꿈을 이루며 성취감이 정말 컸거든요.


(물론, 명함값이 도움이 되는 순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규모가 큰 외부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마케팅부 특성상 짧은 시간 내에 수십 명과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교환합니다.

그중에는 추후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기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 계정에 소속을 명시해 두었고,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정말 중요하다 느낀 건,

그 브랜드의 이름과 옆에 새겨진 제 이름이 아니라

그 타이틀을 갖고 살아가는 제 자신의 모습이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소속에 기대지 않고

개인으로서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명함값을 벗어나 개인의 능력을 쌓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원 수 10명이 되지 않는 신생 조직에서

시스템을 만들며 소위 말하는 '체계'를 만들었고,

150명의 브랜드원과 함께 소통하며 연매출 8천 억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구조화된 업무/일하는 방식'을 습득했죠.


이제는 30명 규모의 브랜드로 다시 넘어가

그 브랜드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업력은 다소 길지만, 구조화되지 않은 부분들을 잡아가며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합니다.


'무엇이 더 낫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명함 속 회사 이름을 지웠을 때

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습니다.


소속에 상관없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사람.

스스로 세운 30대의 비전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일요일 밤을 보냅니다.


작가의 이전글 가능성을 본 브랜드에서 - #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