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딴지를 거는 너
직업이 불분명한 나
이런 채로 10여 년을 살았다.
좋은 말해 작가라고 불러주는 분들도 계셨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진정 작가라고 생각하기에 작가라는 호칭이 조금 버겁다. 경제활동은 주로 서비스업을 통해서 해왔지만 사실 그것도 드문드문해봤다. 30대에는 나름 투병생활을 하느라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웠고 이제는 회복했으니 문제가 없는데 사회는 이미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40대를 신입으로 써준다? 왜? 굳이? 일자리 찾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다시 그림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림 전공이 아니다. 미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그림은 사실 취미정도에 불과했다. 틈나면 끄적끄적거리긴 했지만 프로로서 이어나갈 만큼 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는 많이 했는데 조금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도망가기 일쑤였다. 다른 길에서 안되면 다시 돌아와서 끄적거리길 10여 년 동안 한 것 같다. 그러니 그림은 그림대로 그 자리이고 다른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리기 시작
다른 작가들의 영상을 보다가 1일 1 그림을 그려보라는 콘텐츠를 보고 바로 도전했다. 그릴 수 있는 아무거나 그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동물도 그리고 인물도 그려보고 무난하게 일주일이 지났다. 시작한 지 9일째 정도 되는 날 한 친구가 1일 1 그림을 꼭 해야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1일 1 그림은 완성도가 떨어지니 밀도 있게 그려보라며 얘기했는데 난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말 뜻을 풀이 해보면 더 잘 그려보라는 뜻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왜냐, 난 이게 최대치로 잘 그린 거니까.
물론 잘 그린 그림을 올려서 외주 받는 것에 목적도 있었지만 1일 1 그림 유지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어떤 주제를 주로 그리고 잘하는지 찾아보려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개라도 그림 퀄리티가 어떻든 간에 만족하면서 그려가고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상할 수밖에.
1일 1 그림은 당분간 하려고 한다.
그동안 10여 년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그 시간 중에 100일 해본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리고 아직 열흘밖에 안 됐다. 1일 1 그림 하면서 이렇게 쓰고 싶은 얘기 쓰는 게 재미있다. 브런치에 내 이야기 써가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