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흔하지 않던 옛날에는 병이 나면 민간요법에 의지해서 치료를 했었다. 그 과정이야 지금 생각하면 별로 따라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불편했던 것으로 판단되나 치료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 따로 없었으니 불편인 줄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비춰보면 주변의 영험한 물, 특정한 곳에 자라는 풀이나 나무의 열매나 줄기, 물고기 등등, 보통은 음식으로 해 먹는 것들이기도 한 그런 것들이 어느 질병에는 약효가 있다 하여 그것을 구해다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환자의 몸에 잘 맞아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비슷한 증세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종종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도 한다.
완도군 군외면 달도리에는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 장군이 배탈이 났을 때 떠다 마시고 고쳤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샘이 있다. 이름하여 '약샘'이라 한다. 약샘은 밀물 때는 바다가 되어 보이지 않다가 썰물 때만 나타나는 곳에 있다. 왜란 당시 산 정상에 망루를 설치하여 적의 움직임을 살피던 곳이라 해서 불리게 된 '망뫼산' 땅속으로 흐르던 물이 바닷가에서 솟아 샘이 되었다. 능선 같은 얕은 산줄기 끝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물이 솟아나는데 물색은 흐릿하고 맛은 약간의 염도가 느껴지는 정도라고 한다. 답사를 위해 갔을 때는 썰물대로 샘이 드러나 있었다. 몇 방울의 막걸리를 풀어놓은 듯한 색으로 갯고동들이 가득 들어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모금 마셔보리라 생각했던 마음이 갯고동들의 움직임을 보고는 그냥 눈으로만 마시고 왔다. 대략 6시간의 차를 두고 물이 들고 남을 반복한다. 그 6시간 동안 잠겼을 때 채워진 바닷물이 다 따라나가지 못하고 우물 속에 섞여 있음으로 인해서 고동들이 살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염도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이순신 장군이 마실 때도 지금과 환경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밀물과 썰물의 환경이 세월이 지난다고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 물이 약성을 가지게 된 이유가 민물과 바닷물의 적절한 조합에 있던 건 아닐까?
이 샘물이 옛날에는 주변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식수나 약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썰물이 되어 샘이 들어 났을 때 바닷물을 모두 퍼내고 새로이 솟아난 맑은 물의 염도를 측정해 보면 약하기는 하지만 염분이 검출되고, 물맛 또한 소금 간을 한 듯한 맛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배탈을 낫게 한 성분이 적절한 양의 소금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문득 어느 문중의 '씨간장' 이야기가 생각났다. 충남 논산의 '윤증고택' 이야기인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을 주변 서민들이 배탈이 났을 때 물에 타서 약으로 마시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의 효험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그 이야기가 회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간장과 바닷물의 소금이라는 공통점에서 충분히 '소금이 약이 되었다'는 억측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순신 장군의 출사표를 적은 비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남창 포구(바로 달도리 건너 육지, 해남에 속함)에 도착한 날 토사곽란으로 고생하다 소주를 마시고 진정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인사불성이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나흘간을 앓다가 망뫼산 아래 샘물이 효험이 있다 하여 마시니 곽란이 나았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한다. 왜란이 끝나고 달도 주민들은 샘의 효험을 기리기 위해 '약샘'이라 명명하고 망뫼산에 사당을 지어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동남동녀 6명을 선발하여 약샘 물을 헌수 하는 당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이순신은 달도에서는 '호남대장군'이라 칭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은 이 약샘 주변 1만 8600㎡를 2013년 말경 농어촌 테마공원으로 개발하였다. 공원의 이름은 '달도 테마공원'이다. 이곳에서 해변데크를 통해 약샘으로 갈 수가 있고, 가는 길에는 약샘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벽화와 역사 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약샘 주변으로 자라고 있는 갯고동을 줍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개매기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개매기란 썰물 때 미리 그물로 막아놓아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옛날 방식의 어로행위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기획하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인기 있는 체험행사였다고 한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여행이 자유로워 지는날 온 가족이 참여하여도 좋을 행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