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명약입니다.

바다를 알아가는 남편 이야기

by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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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마음이 아프거나 답답한 일이 있어 당장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처방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상황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에서 희미해져 아픔을 느끼지 않고 서툴러 답답했던 일머리도 능숙해지면서 해결되는 상황을 말하는 거겠지요. 어떤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쓰고 싶네요.


바다 생활은 처음인 남편이 완도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유독 '시간이 약이다'라는 문구만 떠 오르는데요.

현지인의 말만 듣고 구입해놓은 배가 처음에는 뱃길을 몰라서 혼자서는 끌고 나갈 수도 없었고,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요. 아무 데나 바다의 산물을 채취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었지요. 집 앞에서 배의 시동을 걸어 눈에 보이는 곳만 한 바퀴 돌아오는 정도와 그것도 원만치 않아서 가끔씩 배를 고장 내어 들어가는 수리비를 지출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배를 팔자는 말까지 하게 되었어요. 그럴 때마다 남편은 "누구는 처음부터 잘했겠어? 처음부터 잘되기를 바랐던 우리가 잘못이지, 시간이 지나면 뭔가 될 테니까 한번 기다려 보자" 하며 저를 달랬지요.


거의 1년 동안을 우리 배로는 특별히 한 것이 없었어요.

현지인이 말했던 양식사업은 한 분의 변심으로 물거품이 되었고요. 낚시가 잘되는 포인트를 모르니 배낚시를 하려는 분들을 태워다 드릴 수도 없었어요. 답답하니까 혼자서 배를 몰고 나갔다가 암초에 걸려 배가 부서지고 자신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도 겪기도 했고요. 혼자서는 위험하다는 판단을 한 남편은 바다를 알아야겠다는 의욕에 꽃게잡이 배와 문어잡이 배를 일당도 안 받고 태워달라고 하여 망망대해에서 며칠씩 고생을 하다가 온 적도 있었어요.


틈틈이 완도와 대전을 연결하는 품목 발굴에 대전의 사업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느껴져 대전으로 오기를 바랐지만 남편은 절대로 완도를 포기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더군요. 그렇게 완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한 남편이었는데, 가끔씩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와 회를 떠주고 매운탕 재료를 공급하여 나와 고양이 가족들을 잠깐씩 풍족하게 해 주던 것뿐이던 남편이 드디어 낚시 포인트를 찾았나 봐요.


지난주였대요. 울산에 사는 외사촌 동생 부부가 바다를 아주 좋아하는데 사촌 오빠가 완도에 있다고 하니까 한 달에 한 번은 완도를 오더라고요. 동생 부부가 오면 같이 낚시도 즐기고 동생의 해루질로 먹거리를 해결하며 지내더니 지난주에는 남편이 자신이 알아둔 곳으로 가서 낚시하자고 배를 타고 나갔대요. 그리고 그날 대박이 터진 거죠.


감성돔이라 하는 것이 횟감으로는 괜찮은 가 봐요. 남편이 잡아줘서 저도 먹어는 보았는데요. 크게 괜찮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횟집이나 마니아들은 비싸게 주고도 찾아먹는 횟감이라고 하네요. 그걸 7마리나 잡았대요. 저는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남편의 손 크기와 비교해 보면 2킬로그램 안팎은 될 것으로 보여요.

감성돔의 크기보다 남편의 환한 얼굴이 더 커 보이지만요.


이제 남편은 그곳을 감성돔이 나오는 포인트로 1차 지정을 하고 지인들이 원하면 그곳으로 안내할 눈치입니다. 물론 감성돔이 들어오는 물때가 맞아야 된다며 제가 모르는 아는 체를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남편은 바다를 하나씩 알아갑니다.

누구도 태어나면서 알고 있는 것은 없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움과 경험으로 터득하며 적성이 맞는 일도 찾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알아 갈 겁니다.


그렇게 시간은 아픔도 서투름도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해 주면서 흐르고 있네요. 그러니 혹시라도 지금 아프다고, 지금 서툴다고, 지금 무엇이 잘 안 풀린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편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 가지씩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약이다는 말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시간이 명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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