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정리가 되어가는 집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도착한 집에서 또 한 번 행복을 느꼈다.
이웃집 어른들이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먹을 것들을 가지고 오셨다. 바로 옆집 아주머니는 문어가 들어왔다며 삶아 먹으라고 두 마리를 가져오셨고 저 마을 가운데 사시는 아주머니는 갯벌에서 굴을 따시다가 나를 보더니 고구마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그 말에 남편은 오다가 점심으로 고구마튀김이 나오는 한식뷔페에서 밥 대신 고구마를 먹은 이야기를 하며 엄청 좋아한다고 말하였다.
그 말에 굴을 따다 말고 집에 가신 아주머니는 고구마 한보 퉁이를 들고 오셨다. 갑자기 둘이 먹기엔 너무 많은 먹거리가 생겨 난감하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는데 나 주려고 준비하신 듯 챙겨주시는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한없이 행복해졌다.
마침 자동차에 사탕 한 봉지가 실려있었고 거래처에 주려고 생굴 한통 사 온 것이 실려있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한분에게는 사탕을, 또 한분께는 생굴을 드렸다. 두 분 역시 우리의 답례에 활짝 웃으시며 너무 행복해하셨다.
저녁시간이 되어 고구마를 굽고 문어를 삶았다. 집안에 구수한 고구마 익어가는 냄새가 마냥 마음 따뜻하게 한다. 문어도 시장에서 사 먹던 맛하곤 다르다. 돌문어라 불리는 놈들은 질기다는 생각에 잘 안 먹고 문어가 먹고 싶으면 피문어를 사서 먹었었는데 그 생각으로 크게 기대는 안 하고 삶은 것이 아주 연하고 맛있어서 먹다 보니 두 마리를 남편과 거의 다 먹었다. 식탁 한쪽에서 맛있게 익어 자꾸만 눈길을 끄는 군고구마는 후식으로 먹었다. 달달한 맛이 배가 부른데도 자꾸만 먹게 되어 6개 구운 것 중 남편에게 1개를 먹기 좋게 껍질을 벗겨 주고 나는 작은것 4개를 먹어버렸다.나머지 1개는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남겨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먹었다. 점심에 먹은 고구마튀김과 저녁에 먹은 군고구마의 양은 하루에 먹은 양 중 아마도 가장 많은 양일 것이다.
영암 아래로 해남까지 이어진 황토 땅은 고구마를 아주 맛있게 키워낸다. 특히 해남고구마는 전국에서 인기가 많아 택배로 팔리는 양도 많다고 한다. 땅끝 해남에서 바다가 갈라놓아 짧은 다리를 건너면 완도인데 토질은 많이 다르지만 해풍과 기후의 영향인지 해남고구마 못지않은 맛을 품고 있었던 이웃집 아주머니 표 고구마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정을 담고 있어서 확실히 더 맛있었다.
저녁식사시간 동안 남편과 나는 맛있다, 맛있다, 를 반복하며 이웃집 아주머니들의 정을 몸속 가득 채웠다.
이사는 했지만 아직은 머무는 날 보다 비워두는 날이 더 많은 집에서 하룻밤 동안 느낄 수 있는 행복의 느낌은 대전에 있는 6일 동안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다음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전의 일을 정리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살아가면 또 다른 신경 쓸 일들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따뜻한 이웃들의 관심에 어지간한 일들은 잘 해결하면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작지만 큰 행복을 느낀 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