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1차 필기시험에 합격 후 실기에 대비하여 조종면허 연습장에서 하루 1시간씩 3일간의 교육을 받았던 남편의 시험이 드디어 어제 있었다.
수험생인 남편이 좀 쉴 수 있도록 새벽일을 분담하여 일을 끝내고는 찹쌀밥을 지어 아침밥을 먹을 때였다.(시험에 찰떡같이 붙으라고 우리 가족 중 누군가 시험을 보는 날에 나는 찹쌀밥을 짓는다.ㅎㅎ)
"하루 종일 걸릴 텐데 혼자서 점심을 어떻게 하지?" 라며 남편은 자신의 점심 걱정을 하였다.
"무슨 시험을 하루 종일 봐?"
"좀 일찍 가서 남들 하는 것 좀 보고 시험을 본 다음에 합격하면 세 시간짜리 교육까지 받고 와야 돼, 교육만 받으러 다음에 또 가려면 날짜 맞춰야 하고 시간을 따로 내야 되잖아" (시험장은 충남 아산에 있고 대전 우리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그렇게 말하는 남편을 보며 물었다.
"그렇게 자신 있어? 오늘 합격한다는?"
"아니 자신이라기보다는 왠지 합격할 것 같아서..."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남편을 보니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그냥 도시락만 싸주려고 했다가 중요하게 할 일도 없기에 따라가기로 했다. 남편 시험 보고 합격해서 교육받는 동안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되고 만약 불합격이면 오랜만에 데이트한다는 기분으로 다녀와도 좋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도착한 시험장에선 묘한 기운이 흘렀다. 시험장에서 피할 수 없는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응시자들은 모두 53명이었고 남편의 순서는 48번째였다.
순서가 늦으니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기다리는 시간이 긴장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시험을 마치고 들어오는 분들의 표정이 모두 다 밝은 것은 아니었기에 쉽지 않은 시험이라는 부담이 생겼다.
시험 응시생들, 서성이며 앞사람의 시험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시험 직전, 아마도 이곳에서 대기할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일 것이다.
남편은 처음엔 1급을 따려고 했었다. 그런데 교육받으며 보니 자동차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최종 신청은 2급으로 하였다고 했다. 2급의 합격점수는 60점이었고 1급의 합격점수는 80점이다.
드디어 남편의 순서가 되었다. 젊어서부터 백발이 된 머리를 얼마 전에 염색하기 귀찮다고 갑자기 빠박머리로 밀고서는 자신도 그 머리가 어색했던지 며칠 동안 모자를 벗지 않았었다. 시험 직전엔 덥다며 괜히 모자를 벗었다가 어색하다며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긴장된다는 말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여러 번 모자를 받았다. 다시 내어 주었다 하며 웃었다. 겉으로는 "떨어지면 다시 보면 되지" 하면서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남편에게 섣부른 응원도 부담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시험을 위해 배에 오르는 남편의 뒷모습만 사진으로 찍으며 속으로 응원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남편, 2인이 한배를 타고 교대로 시험을 본다.
키잡은 남편의 모습이다.
출발은 아주 좋았다. 부드럽게....
마지막 물 위의 S코스를 멋지게 돌아 나오는 남편
남편이 배의 키를 잡고 시험관의 신호에 따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순간에 구름이 끼어 있던 하늘에서 한 방울씩 비가 내렸다. 시력이 낮아서 안경에 성애라도 끼면 앞을 못 보는 남편인데 비가 시작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도 남편이 시험 중일 때는 한 방울씩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뒤에 기다리는 다섯 분의 응시자 모두 시험을 마칠 때까지 큰비는 오지 않았다.) 시험시간은 기다린 것에 비하면 너무도 순간이었다. 7분 정도 걸린 듯하다. 웃으며 내려오는 남편을 보니 겨우 마음이 편해졌다.
당연히 합격이었다. 이제 합격하였으니 교육신청을 하여야 하고 면허증을 받기 위한 인적 사항을 기록하여 사진과 함께 접수를 마쳤다. 그리고 기분 좋게 점심을 먹으려 나서는데 하늘이 시험이 끝날 때를 기다리기라도 하였다는 듯이 장대 같은 비를 퍼부었다. 너무 기분 좋은 비였다. 자동차까지 이동하는 50미터 남짓한 거리를 빌린 한 개의 우산을 함께 쓰고 오면서 흠뻑 옷이 젖을 정도로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졌다. 누가 뭐래도 우리에겐 하늘이 보내주는 축하의 비였다.
합격자만이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갑자기 퍼붓는 비에 마침 시험을 마친 배들이 정박했다.
이 비가 조금만 빨리 시작했더라면 보이지 않는 수면 위에서 어찌했을지...
그렇게 남편은 선박 면허시험의 2차 관문을 통과하였다. 어제 시험에선 응시자 53명. 합격자 47명, 탈락자 6명이었다. 점수는 아쉽게도 71점이라는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탈락자인 6명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역시 시험운 하나는 타고 난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오늘은 3차 시험을 위한 책자를 챙겨서 외출을 하였다. 우리가 가끔 부부 싸움하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가는 예전에 살던 조치원 집으로 공부하러 간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면서... ㅎㅎ
마지막 3차 시험을 위한 자료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