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로의 귀촌 계획은 우리 집에 활력을 가져온 게 확실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남편에게 활력을 준 것인데 그게 집안의 활력소가 되었네요.
엊그제 혼자 완도 집에 다녀온다며 출발한 남편이 저녁에 작은 배 사진 하나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왔더군요.
바닷가에 살려면 필수품이라면서 '이사 가면 배한대 사주라'하길래 '일단 이사를 간 다음에 상황 보면서 삽시다' 그랬더니 그러마고 했었거든요. 근데 어제 가서 보니까 당장 배부터 사야 한대요.
내년부터 하기로 한 사업을 올부터 하기로 했다나 봐요. 바다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동업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곳 토박이인 두 분이 일을 하고 남편은 어장 관리와 배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네요. 지금 하려는 사업은 오랫동안 그 마을의 숙원사업이기는 했는데 젊은 인력이 필요한 사업이고 군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해요. 그 사업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같이 해야지 나중에는 합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배 한대쯤은 투자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배를 당장 사자고 하는 거예요.
조금은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귀촌을 결심했던 건데 돌아가는 상황이 결코 내 귀촌 후의 삶을 여유롭게 놔두지 않을 것 같네요. 시작부터 다 갖추고 살고 싶어 하는 남편을 말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남편 몰래 정말 필요한 건지 그쪽에서 요구하는 가격이 합리적인 건지 알아봤더니, 일단 바다를 이용한 사업을 위해서는 배가 꼭 있어야 하고요. 매물로 보고 온 배값의 조건은 적어도 도시 사람을 황당하게 할 그런 조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승낙하고 말았답니다.
오늘, 금요일 배를 인수하러 또 간답니다. 이사도 하기 전에 사업부터 벌이는 남편의 판단들이 귀촌의 성공요건 일지 너무 앞서 가는 건 아닌지 알 수가 없어요.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 같네요. 일단 도전하는 남편 조용히 지켜보면서 너무 큰일은 벌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이제 정말 일 그만하고 싶은데, 하늘이 아직은 절 쉬게 하고 싶지 않나 봐요. (2020, 0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