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벌어지는 일

2. 지출할 일이 자꾸만 생긴다.

by 강현숙

지난 7월 1일에 접수하고 온 배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7월 7일 받았다.

거금을 들여서 마련한 것이니 한걸음에 달려가 서류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당면한 일들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토요일인 18일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

1톤 규모의 작은 어선인데 제대로만 활용하면 재산을 불려 줄 수도 있고, 구입한 가격보다 웃돈을 받을 수도 있는 물건이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바닷가에 살아도 어업권이 없으면 경제활동을 위한 바다의 생산물을 아무것도 채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어업권이란 바다의 산물들을 경제수익을 목적으로 채취하는 권리를 말하며, 일반 사업의 허가권과 같은 것이다.) 그 어업권은 배에 따라 활동 규모와 가격이 달라지는데 작은 배는 가격이 싼 만큼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어업활동을 확장하고자 좀 더 큰 배를 구입하려고 할 때는 같은 사람의 명의로는 다시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평생 한 번만 살 수 있는 것이 어업권이다.

상속이나 증여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미 어업권을 소유하고 있거나 이전에 소유했던 경력이 있으면 불가하다고 한다. 그러니 배를 구매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활동을 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된다.




한정되어 있는 바다의 생산규모에 비해 어업권이 남발하다 보면 바다를 병들게 할 수도 있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법률로써 지정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이미 허가된 어업권 이외로 신규 어업권은 국가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업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업권이 필요한 누군가에겐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모양이지만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말고는 선뜻 어업을 하겠다고 덤비는 사람이 없으니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지는 않는것 같다.

이렇게 중요한 배를 구입하는데 경험이 없는 우리는 배의 선택과 가격을 모두 현지인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분의 권유로 바닷가 생활이 처음인 우리에게는 소형선박부터 배워야 한다 하여 1톤짜리 배를 구입하였고, 어업권 또한 1톤에 준하는 규모만큼만 허가를 받았다.


처음부터 배를 사서 돈벌이를 할 생각은 없었다.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의 풍경과 좋은 터에 튼튼하게 지어진 집을 보고 그곳에 살면서 좋은 생각 하며 건강한 말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구매했을 뿐이다. 바닷가에 살면서 자가용 같은 작은 배 한척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건 차후에 살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던거 였다. 그런데 계획하지 않았던 어업권이 딸린 배를 사게 되었고, 그배를 이용한 사업을 벌리게 되었다.

이왕에 샀으니 잘 이용해서 돈을 벌수 있다면 좋은일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더이상 겪어보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는 일은 없도록 할것이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전 서류를 건네주며 그분은 또 다른 제안을 하신다.


(품목까지 아직은 밝힐 수는 없는) 900여만 원 상당의 물건을 사라는 것이다. 종패가 자라는 동안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면서 꼭 사야 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덧붙여 우리가 바닷가 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고 싶다는 말을 강조한다. 한 가지 동의하고 지출을 하고 나면 또 다른 제안이 들어오고, 그런 식으로 계속 시작도 안 한 사업에 지출을 유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앞에서는 불편한 마음을 들킬까 봐 조심했지만 사실은 많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으며 겨우 대답한 것이 "생각 좀 해볼게요"라는 말이었다.

돌아오면서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우리가 이사와 살면서 필요한 상황이거나 해낼 능력이 될 때 한 가지씩 하자고, 남편 역시 내뜻에 동의는 했지만 워낙에 사람 좋고 누구도 자신에게 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순수한 사람이라서 남편의 약속을 믿을 수가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그러면 그 제안은 보류했으니 지출이 없었을까?


그날도 역시 소액이지만 당장 사용하지도 않을 비품을 사느라 지출을 피할 수 없었다.

새로 산 배를 이번사업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설치를 해야 한대서 그 자재비로 26만 원, 그리고 배에 넣을 유류를 살 때 사용할 유류통 20개 값 10만 원, 합계 36만 원을 지출하였다.

그나마 그분이 배를 운영할 당시에 사용했던 그곳에 우리 배를 정박해도 된다 하여 배를 매어두기 위한 닷과 밧줄을 사는 돈은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나중에 그 값에 합당한 인사치레는 해야 할 상황이다.



남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분이 알려 준대로 사업을 벌여 놓고 모두 잘된다면 정말 백배 보은해야 할 일인데, 만에 하나, 경험 없는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투자한 만큼 거두지 못한다면 고생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데 갑자기 넓고 풍성해 보이는 활엽수로 옮겨가려는 시도를 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이 지금 내 모습이라면 어찌해야 할까? 닥치기 전에는 위험요소를 알수없으니 말이다.

의심 없이 다 받아들이기는 무언가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안 할래요, 또는 나중에 필요하면 할게요'라고 말할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마음을 열지 않는 고집 센 사람이라고 소문이라도 나서 마을에서 '왕따'를 당한다면 귀촌 후의 삶이 불편해질 수도 있기에 거절하는 말은 할 수가 없다.


남편은 8월이면 완도에 먼저 내려가 갯벌에 첫 사업의 씨앗을 뿌릴 예정이다.

전에는 귀촌의 경우 가족 중 누군가 먼저 귀촌지에 내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놓고 남은 식구들이 합류하는 것을 귀촌 성공의 한 예로 생각하여 남편이 먼저 내려간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였다.

그런데 요즘 허허실실 사람만 좋은 남편을 보면서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에 편치가 않다.

법의 보호 없이는, 그리고 나의 보호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잠시 동안 잊고 있었다. 쉽게 생각했던 일들이 결코 쉽지 않다. 좋은 것만 보고 너무 빨리 결정 해 버린 것 같다. 하던 사업을 그만 하고 싶을 때 깔끔하게 정리하고 함께 내려가 그곳 삶을 일구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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