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4th 강작의 편지워크숍 후기 with 제비서재
아산시 도고에 위치한 편지가게, 제비서재에서 연락이 왔다. 편지워크숍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신청자들은 모두 '몸과 마음에 쉼'이 필요한 청년들이라고 했다. '쉼이라..' 그 텍스트를 보고 나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뜨거워진 마음을 온전히 달랠 수 있는 건, 작가인 내가 아니라- 그들 자신 뿐일 것이다. 나는 그저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편지를 건넬 뿐.
제비서재에 도착해 문을 여니 아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 뒤 하나 둘 청년들이 들어오고, 모두가 모였다. 청년만 보인 자리에서 워크숍을 하는 건 오랜만이기도 했고, 기대가 가득한 얼굴들 앞에서 조금 긴장이 되었다. 긴장이 될 때, 나는 생각한다. 낯선 얼굴들 안엔 각자의 사연으로 모두가 비슷한 사랑을, 비슷한 슬픔,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걸. 그럼 긴장이 스르르 풀리고 마음이 열린다.
간단히 편지를 쓰는 방법을 나누고, 오래된 편지와 우리 곁에 있는 편지를 낭독하고, 우리의 편지를 써본다. 그즈음되면 모두가 마음을 연다. 창밖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편지 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AI가 모든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판을 치지만, 깊은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매체는 여전히 편지가 유일하다. 쉼이 필요한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 무엇이라 진심을 전했을까. 실링 왁스로 동봉된 편지 봉투 너머로 들리는 것 같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잘했어.' '정말 잘했어.' '실패했지만 멋졌어.' '우리 잘해보자.' '사랑해.'
그들이 적은 편지의 진심은 바로 그들 인생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편지를 믿는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믿는다. 느려도, 나아갈 거란 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거란 걸.
아름다운 편지였다. 모두가.
글. 강작
@anyway.kk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