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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사람이랍니다

by 강작


작가도 사람이랍니다



"어떻게 작가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 놀랍네요.."


대댓글을 한참 바라봤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관한 숏츠였는데 잠수이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잠수이별 당사자의 mbti 성향이 내 남편의 것과 같은 ISTP라길래 순간 남편에게 당한 잠수이별이 떠올라, 감정이 더해져 ISTP와 회피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댓글을 적었다.


내 댓글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의 댓글이 나를 놀라게 했다. 댓글을 보고 내 아이디를 눌러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한 것인지, '어떻게 작가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 놀랍다'라면서 비난하는 대댓글이었다. 그의 말은 잠수이별을 한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mbti를 논하냐는 것이었다. 지극히 맞는 말이었다. ISTP라는 mbti를 가진 사람이 회피형 성향을 가지고 있고, 잠수이별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상한 논리는 나의 남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숏츠 속에 잠수이별을 한 남자를 보고, 내 남편과 같다고 동일시해 버려 감정적인 댓글을 단 것이다. '어떻게 작가라는 사람이...' 등꼴이 서늘했다.


부정적인 대댓글이 달리자, 하나둘 부정적인 대댓글이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 댓글 하나로 인해 작가 생활이 나락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댓글을 얼른 삭제해 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사람들이 작가라는 직업에 꽤나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도덕적이어야 한다. 작가는 현명해야 한다. 작가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작가는 생각이 깊어야 한다. 작가는 착해야 한다? 그런 걸까.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존경하는 작가들과 지인 작가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들에게 내가 가진 기대가 있을까.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는 박준 시인은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다라든지, 절대 코는 안 팔 것 같다라든지... 죄송하지만 그런 환상은 있다(웃음). 하지만 그가 세상에 태어나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거라든가, 쌍욕을 해보지 않았다든가, 상대방에게 잘못을 하지 않아 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실제로 나의 지인 작가는 무지막지하게 인간적인 사람이다, 나도 그렇고). 그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모범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문학이라는 것은 결코 모범적인 프롬프트를 적용한 AI로부터 나올 수가 없다.


연예인과 같은 공인에게는 사람들이 어떤 기대가 있을까. 일단 유명해졌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들이 모범적인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시월드보다 더한 선입견을 가진다. 요즘 세상에 시댁에서 어떤 며느리가 가족들은 밥 먹고 빙 둘러 과일 먹는데 혼자 설거지를 다 하고 있냐? 하면서, 어떤 연예인이 동료 연예인 사망 후 추모 글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썼다고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다' 난리가 난다. 그런 기사나 댓글을 보고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거울을 갖다 대고 '당신은 그렇게 잘나고 모범적인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보고 싶다.


공인의 언행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사회가 철저한 눈으로 보고 판단한다.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면 충분한 자숙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자숙의 대가를 치르고 잘하려고 노력하고, 잘하고 있다면 (개인적으론 미워할 수 있지만) 사회도 그들을 다시 받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죄인도 형을 살고 풀어주는데, 왜 공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기징역을, 보이지 않는 사형을 내리는 걸까?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


어쨌든 나의 ISTP 발언이 옳지는 않았지만, 작가도 감정이 이성을 넘어서 말할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인간적인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글을 쓸 수 있고, 인간의 마음에 공감을 줄 수 있는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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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

작지만 확실한 반항일지


글 강작 insta. @anyway.kkjj


추신. <작지만 확실한 반항일지>를 쓰면서 제가 이렇게 반항적인 사람이었구나 깨닫게 되네요(웃음). 아닙니다! 저의 반항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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