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모한 환상이라 할지라도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by 강작


10년 전, 저는 어느 바쁜 매거진사의 인턴이었습니다. 마감 기간 중, 선배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어둠 속에 하나의 스탠드만 켜진 밤. 머그잔에 담긴 남은 커피를 마신 뒤 마지막 힘을 내, 교정을 마치고 축 처진 몸을 의자에 기댔습니다. '언제까지.. 언제까지..' 마음의 소리가 타닥타닥 이명처럼 울려왔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전국을 돌며 취재를 하고,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해도 그저 좋았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열망이 가끔씩 작은 숨으로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뜨거워진 컴퓨터 본체에 손을 올려놓고 '너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 하고 모든 창을 닫았습니다. 그때 모니터 우측 하단에서 그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당신의 책이 출간됩니다.

당신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제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그때 그 배너를 보지 못했더라면, 그때 그것이 저를 위한 기회라고 무모한 환상을 품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저는 3년 차 작가이자, 1년 차 글쓰기 강사입니다. 10년 전 바로 그날 품었던 꿈을 글로 써서 제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고, 2년 전 비로소 용기 내어 회사를 관두고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제10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출간을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채워지지 않았던 열망, 회사 시스템에 맞춘 글이 아니라 온전히 제 마음을 담은 글을, 나의 글을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몇 권이 팔리느냐와 관계없이 제게 있어 출간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수한 자립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을 만납니다. 직장을 관두고 새로운 관심을 찾기 위해 시간을 가진다는 분, 결혼과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되었다는 분,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분.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는 건 그들과 제가 닮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귀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글로써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


아직 두 번째 책을 출간하지 못했습니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냐는 주변의 말들에 사실 숨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책으로 낼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제 안에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생각때문이죠.

하지만 이 글을 쓰며 10년 전 스물일곱이던 그때처럼 무모한 환상을 또 한 번 꾸게 됩니다. 그럴 수 있는 건.., 변치 않고 묵묵히 곁을 지키며 '자, 할 수 있어. 좋은 글을 쓸 수 있어.'하고 용기를 주는 친구, 브런치스토리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브런치스토리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브런치스토리팀의 선한 영향력에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이루어나갑니다. 저도 10년 지기 친구로서, 발걸음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_

서른일곱의 강작으로부터.

2015.09.04-2025.09.04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