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해 병원 신세를 진 나는, 세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알고 싶어 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어머님의 이야기와 창문사이로 비치는 거리를 보다 보면 나와 그들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저들은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걸까, 어떠한 감정을 느끼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어머님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그들 같은 표정을 띠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이었고 알고 싶었다. 매일 똑같은 옷과 똑같은 환경에서, 어머니 에게서 평범한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 속에서 슬픔과 기쁨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배운다. 어머님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감정이란 것의 작동 방식은 알고 있지만 그 느낌조차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궁금해 매일을 생각했다. 나는 모두와 다른 것은 아닐까, 감정을 느낄 무언가가 부족한것인가, 내가 사는 세상은 그들과 너무 달라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다른 것인가, 그 모든 호기심은 매일 밤 잠을 설치게 했다. 어느날 모두가 잠들었을 때, 화장실로 항하던 중 옆으로 굉장한 굉음이 들려왔다. 굉음과 동시에 창문은 깨지고 나의 발밑에 비둘기가 툭하고 떨어졌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벙찐 상태로 떨어진 비둘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찢긴 날개와 얼굴에 박힌 유리조각, 기괴하게 비틀어진 형태와 힘없는 표정. 비둘기를 관찰 하면 할수록 무언가 가슴속에서 올라온다. 나는 이 표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표정을 동경하고 있다. 이 비둘기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걸까, 나도 너와 똑같이 행동하면 그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나는 본능에 이끌린듯 떨어진 유리조각을 주워 왼쪽 뺨에 찔러 넣었다. 찌른곳이 뜨겁고 따가웠다. 입에선 알 수 없는 소리가 나왔고, 눈에선 무언가 흘러내렸다. 몸에선 힘이 빠지며 원하는대로 움직일수 없었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깬 환자들이 나를 발견하자 즉시 간호사를 불러왔다. 긴급히 지혈을 끝낸 간호사는 긴장이 풀린듯 한숨을 푹쉬곤 거울을 꺼내 나의 얼굴을비췄다. ”이젠 괜찮아 너무 잘 버텼어. 많이 고통스러웠지? 지혈은 끝났어. “ 나는 거울 속에 얼굴을 보았다. 눈에서 흐르는 액체와 힘없고 일렁이는 표정.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평범한 사람의 감정, ‘슬픔’이다. 눈에서 흐르는 건 ‘눈물’이고, 처음 지어보는 표정은 고통이었다. 난 다르지 않다. 고통과 눈물을 가지고 있었다. 슬픔을 알 수 있다. 세상과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거울 속에 얼굴을 보며 한 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