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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an 02. 2024

삶의 과정을 즐겨보자

야망이 있는 사람은 노력을?  노력하라는 채찍질에 문득 든 의구심

야망이 있는 사람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짧은 영상을 인스타 릴스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지요.

- 아, 나는 이것저것 이루고 싶은 소망은 많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인생이 힘들구나.


맑음 "야망은 있는데, 노력은 싫다.


하고 싶은 것을 향해서 나아간다면 과정이 어렵더라도 노력하는 자체, 목표를 향해 발전한다는 자체로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노력하는 과정, 지지부진한 나의 상태를 재확인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노력을 안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왜 나는 제자리인가 또 자책하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비난하고 힘들어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내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죠.



손 00 씨 "노력이 싫다면 그거에 맞춘다.


제 배우자는 야망이 없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나아지려는 노력 없이 살 수 있지? 싶었는데, 그런 삶의 자세도 함께 살다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 주어진 것에 충분히 만족하는 삶을 사는 거죠. 아니, 본인이 노력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꽤 정확하게 구분한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자기는 노력하더라도 자기랑 안 맞는 사람과 잘 지낼 수 없고, 청소를 깔끔히 하는 사람이 되긴 힘들다.

이런 걸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되는 '나'를 굳이 개선하려 하지 않고 상황을 나에게 맞춥니다. 굳이 사회생활을 넓게 안 하고, 청소는 대충 하는 식으로요.


나와 문제해결 과정이 전혀 다른데, 저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나'를 바꾸려 했습니다.

남편은 '나'는 못 바꾸니까 상황을 바꿨고요. 


초반엔 그게 참 궁금했습니다. 저는 이걸 자존감이라고 이해했고, 남편은 '나'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자존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일부분 맞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만 집단이나 사회에 소속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사람이란 늘 그렇게 노력해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나'는 나 그대로여도 상관없고 굳이 싫은 상황에 나를 내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순종적인 나와 반골성격인 남편, 우리는 무엇이 달라서 이렇게 컸을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저는 소망에서도 야망을 가져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로서 뭔가 어떤 성취를 이뤄내야만 되는 거라고 생각했죠.


가만히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내가 책을 내서 뭔가 이름을 떨치거나 하기를 정말 나는 바라는 가? 그것이 나의 야망인가? 하는 질문 앞에서 저는 대답이 없어집니다.


그 야망은 정말 나의 것이었을까?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저는 그저 글을 쓴다고 누구에게 이야기하려면 그런 '성과'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거였습니다.

사실 꼭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보일만한 성과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면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저에게 강하게 박혀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뿌리 깊게 내 속에 자리 잡은 인식을 쉽사리 바꿀 순 없겠지만,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 올해에 마흔이 됩니다. 인생도 성과를 내려고 살다 보니 과정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인생이라는 하나의 큰 과정을 즐겁게 살아내려면 그냥 그 과정 자체를 인정하고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니까.


살아낸 오늘, 그 안에서 이제껏 놓쳤던 빛들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당신에게 오늘은 무엇이 있었나요?

저에겐 스스로 던지는 질문과, '난 좀 더 과정을 즐겨야겠다.'는 답이

그리고 그 마음을 나눈 이 기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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