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테크]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해킹

'007'문화 자리잡은 빅테크, 몸 갈아넣는 근무문화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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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테스토스테론 관련 제품에 표기된 심각한 부작용 경고 문구를 완화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남성호르몬을 뜻하는 그 테스토스테론 맞아요. 이 소식이 갑자기 실리콘밸리에서 화두가 됐습니다. 연구원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한다는 반응입니다. 바이오 기업이라 그런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지면 신체적으로 만성 피로, 활력 저하를 불러오고, 정신적으로도 우울증·무기력·짜증 등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고 합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러 의약품이 출시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약품을 과도하게 복용하면 심혈관계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빠른 피로 회복을 위해 자신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해 관련 보조제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996’ 문화를 넘어 주 7일 24시간 근무한다는 뜻의 ‘007’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니 테스토스테론의 부작용 수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희소식인 셈입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12/15/OVJYS3ZE4BGP7MAYCNA37ELTDU/

실리콘밸리는 참 치열한 곳입니다. 대부분 정말 말그대로 회사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몸을 갈아 넣습니다. '실력주의'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빅테크에 다니는 한 AI연구원에게 "동료들이 뉴스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세계적인 '빅샷'이면 어떻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그간의 '이름값'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새로 회사에 왔으면 누구라도 코딩부터 시작해서 자기 실력을 증명해내야한다"고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특히 너무 치열한 AI경쟁 속 실리콘밸리는 더더욱 그런 곳입니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은 일을 더 많이 오래 하기 위해 각종 보조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없고, 체력은 달리는데 각종 보조제를 활용할 돈은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테스토스테론 이외에도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당뇨병 치료나 체중 감량에 쓰이는 약물은 적은 식사량으로도 에너지를 지속해주고, 업무 집중력도 높여주기 때문이라는데요. 신체·정신적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일종의 ‘바이오 해킹’인 셈입니다. 수면 부족과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그네슘 L-트레오네이트, L-테아닌, 아피게닌, 이노시톨과 같은 수면 보조제 사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는 비타민 D 복용도 잘 알려졌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9/08/ZJGNB564QVAIHHBOKAH5U44XDI/

메타의 한 AI 연구원은 “아무리 유명한 연구자라도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는 실력주의 문화”라며 “언제 잘 수 있을지, 언제 쉴 수 있을지 모르니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초고액 연봉에 화려한 저택, 멋진 스포츠카 등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는 빅테크 근무지만, 현실은 하루하루 정글보다 더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속살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