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테크] 정전에 멈춰버린 테크도시와 웨이모

by 고똘

최근 직접 겪은 엄청 인상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해 사촌오빠네 가족들과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올라갔습니다. 바로 베이지역의 인기 문화생활인 SF심포니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인기있는 것은 영화음악 연주인데요. 영화를 상영해주고, 대사 이외에 영화의 모든 음악을 실시간으로 연주해줍니다. 너무너무 보고싶었는데 연말에 그것도 가족과! 나의 최애 크리스마스영화인 나홀로 집에로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30분정도 봤을 때인가요. 딱 도둑들이 캐빈혼자 집에있는 것을 눈치채고, "내일 오자"고 했을 그 무렵, 갑자기 영화가 꺼졌습니다. 공연장 내 모든 불도. 한 20여분을 기다리다가 결국 취소됐다는 안내를 받고 공연장을 나섰어요. 나가보니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모든 신호등이 꺼져있었습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됐어요. 차들은 서행했고, 사람들은 주위를 살피며 '규칙'이 없는 도로 위 사고가 나지않도록 조심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정전이라고 여기고 집에 돌아와 잘 쉬고 일도했는데, 다음날 외신들을 보니 이날 정전으로 웨이모가 다 멈춰섰다는것 아니겠어요. '웨이모'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또다른 자회사입니다. 무인(로보) 택시 회사로 제규어의 전기차로 운전자 없이 택시 상업 서비스를 합니다. 미국 전역에 2500대 정도를 운영중인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대중적인 로보 택시이고, 베이에서만 800대정도를 운영해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주로 운행하다가 최근엔 고속도로와 베이 다른 지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혔습니다. 역시! 샌프란시스코는 테크도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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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이유는 당연히 안전 때문입니다. 신호등이 다 꺼지면서 도시의 교통흐름을 읽을 수 없게 됐고, 또 통신도 약해지면서 원격 제어도 어려워지자 웨이모는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스스로 운행을 멈춘 것입니다. 사고나서 갑자기 멈춘게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갓길이나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운 것이 아니라 도로 한복판에서도 웨이모가 훅훅 멈춰서다보니 꽤나 혼란스럽고 위험해보였습니다. 결국 외이모는 24시간 가량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율주행 보편화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이번 정전사태를 계기로 많아지고 있는듯합니다. 안전하지않다고 한복판에 갑자기 차를 세우다니. 만약 정전이 난 곳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였다면 어땠을까요. 끔찍합니다. 승객이 타고있었는데, 정전으로 인해 웨이모 고객센터 등과 연결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히게되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 끔찍합니다.


기술 자체는 발전하더라도 그 기술을 뒷받침해줄 도시의 인프라, 교통신호 체계들이 아직 잘 작동하지않는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정전대비 보조 전력망이나 원격제어 시스템 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멈춰서 다행이지, 만약 웨이모가 신호가 없다고 이를 무시한채 속도를 높였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웨이모가 800대가 아니라 8000대였다면 많은 사고가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는 웨이모 말고 테슬라나 아마존 자회사 죽스의 로보 택시도 운행중이에요. 특히 정전은 너무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샌프란시스코같은 빅테크 모여있는 테크 도시에서도 얼마나 자주 일어난다고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도시가 혼란에 빠질걸 생각하면 걱정이 이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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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웨이모가 멈췄을 때 다른 로보 택시는 어땠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로보택시에 대해 일론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에 "테슬라 로보택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이 말을 듣고, 웨이모와 테슬라 로보 택시의 기술 차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테슬라의 기술이 위기상황에 더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 두 기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웨이모는 미리 그려진 도시의 정밀 지도를 미리 학습하고, 그 위에서 실시간 교통상황을 체크한다면, 테슬라는 여러 센서를 가지고 그때그때 도로상황만 파악해서 대응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안멈췄고 웨이모는 멈췄다? 단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테슬라는 웨이모보다 그 로보택시 대수가 현저히 작습니다. 정전은 작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줬습니다. 정전이 심했을 시기 정전 구역에 아예 테슬라 로보택시가 없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테슬라 로보택시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허가를 완전히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일정 시간 이상 안전담당자를 두고 운행한 뒤에야 허가가 나지요. 이 때문에 운전석에는 현재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관여하지않는다고는 하지만 정전과같은 상황에서 관여했는지 모를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근거는 일론의 트위터 믿을만한게 잘 못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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