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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뫼여울 Mar 05. 2023

6년만의 지구촌 야구 축제, 한국은 명예 회복 성공할까

축구에 월드컵이 있다면 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그에 걸맞는 위상의 국제야구대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5회 WBC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17년 제4회 대회 이후 코로나19로 미뤄진 탓에 무려 6년만에 세계 야구 축제를 즐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총 20개국이 A, B, C, D 4개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와 8강 토너먼트를 펼친 후 상위 4개국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일정입니다.

우리 대표팀은 일본, 호주, 체코, 중국과 함께 B조에 편성되어 있습니다. 대진운은 상당히 좋다고 봐야 합니다. 조별리그를 1, 2위로 통과하면 대만, 네덜란드, 쿠바, 이탈리아, 파나마가 속한 A조 1, 2위와 8강 토너먼트를 펼치게 됩니다. 일단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객관적으로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도쿄돔에서 파나마 또는 쿠바(혹은 네덜란드나 대만)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경기는 3월 9일 낮 12시에 호주와 펼치게 됩니다. 최강으로 지목되는 일본을 제외하면 B조에서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는 팀이긴 하지만 투타 모두에서 우리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첫 경기를 기분좋게 넉넉한 점수 차로 승리하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의 부진했던 WBC 대회를 보면 첫 경기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전력상 열세에 있는 팀들을 만나 예상 외로 졸전을 펼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1차전 승리의 여유를 가지고 10일 저녁에 숙적 일본을 상대해야만 좀더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등 내노라하는 최강의 투수진과  일본인 최초로 56홈런을 기록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를 비롯한 강타자들이 즐비한 일본과는 늘 그랬듯 어려운 경기가 예상됩니다. 이후의 체코(12일 낮 12시), 중국(13일 저녁 7시)과의 경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가국의 전력차가 큰 상황이라 조별리그 통과는 대부분 낙관하고 있긴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 놓을 수 없는 것은 지난 3, 4회 대회에서 초반 탈락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006년 원년 대회에서 3위, 제2회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일본에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우리나라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던 팀들에 발목을 잡히며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정규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명장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3년 제3회 대회에서는 예선 전적 2승 1패(네덜란드전 0-6 패, 호주전 6-0 승, 대만전 3-2 승)를 기록했지만 네덜란드에 영봉패를 당한 것이 화근이 되어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고, 명장 김인식 감독이 다시 팀을 이끌었던 2017년 제4회 WBC에서도 이스라엘(1-2 패)와 네덜란드(0-5 패)에 내리 패배를 당하며 짐을 싸야만 했습니다.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에 11-8로 신승을 거두며 겨우 체면치례는 한 것을 위안삼아야 할 정도로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와신상담하며 6년의 세월을 보낸 우리팀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야구 강국으로서의 명예 회복은 물론, 침체되어 있는 국내 야구붐 조성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의 호성적을 올렸던 시대는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도 정점에 올랐던 시기입니다. 국내 프로축구가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영광스러웠던 기억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선은 조별 리그 통과가 관건이지만 이후의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8강 토너먼트 상대로 예측되는 파나마, 쿠바, 네덜란드, 대만 역시 손꼽히는 전통적인 야구 강국입니다. 물론 우리가 이전 WBC대회에서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강팀을 대상으로 완승을 거두었던 전력도 있긴 하지만 또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야구전문 잡지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참가국 20개팀 가운데 우리팀의 전력을 7위권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WBC에서 크게 실망했다"면서도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최고의 KBO스타들이 모인 이번 대표팀은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 강력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듣기 좋은 말로 포장은 했지만 객관적 전력으로 봤을 때 4강에 오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는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BA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미국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고, 이어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멕시코를 우리보다 앞선 상위권으로 예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예상순위 1위로 뽑힌 도미카공화국 또한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푸에르토리코(5위), 베네수엘라(4위), 이스라엘(13위), 니카라과(17위)와 함께 D조에 편성됐습니다. 어느 팀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강팀들끼리 모여 있는 만큼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하성, 애드먼까지 현역 메이저리거들도 합류하면서 마침내 완전체가 된 우리 대표팀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고척돔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입니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게 되는 애드먼은 특히 의욕이 넘쳐 보입니다. 끈끈한 팀워크로 부족한 전력을 메꾸곤 했던 기적을 또 한번 기대해봐도 될까요. 이번 제5회 WBC를 통해 야구강국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시들해진 국내 야구 인기의 불씨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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