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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gkwon Lee Mar 07. 2022

여행처럼 사는 인생

여행하듯이 새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면


인생은 여행이다.


내가 힘들거나 고난의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되뇌는 문장이다. 삶과 죽음으로 이루어진 인생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고통과 불행을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지 나는 이 문장을 통해서 고통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곤 해왔다. 단 두마디로 구성된 이 한 문장은 나에게 있어 참된 스승이자 아마도 생명의 은인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종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여행의 반대말은 전쟁이다. 전쟁은 생과 사가 오고 가는 현장이면서 동시에 극한의 분노가 서로를 향해 표출되는 곳이다. 내가 승리하거나 죽이지 않으면 패배하고 죽게 되는 그러한 절체절명의 환경이다. 인생이 전쟁과도 같다면 늘 불행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문장을 까먹고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가지 않는 이유는 한 번도 이 문장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보고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된 것이다. 오늘의 글쓰기를 통해 '인생은 여행'이라는 것의 참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이를 일상에서 더 많이 떠올리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은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1. 시작과 끝이 있다. 삶과 죽음이 그것이다.

    2.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인생은 여행과 무척 닮아있다. 여행 역시 시작과 끝이 있다. 물론 돈이 무한하게 많다면 여행이 무한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여행 경비가 넉넉할지라도 (단지 긴 여행이 있을 뿐) 반드시 여행의 마지막 순간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사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다. 오히려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여행이라는 것은 매우 신나고 설레는 무언가 인 반면, 인생은 고달픈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고달픈 인생에서 벗어나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날 사람들은 대체로 우울한 감정에 빠지고는 한다. 아마도 여행이 끝난 후 돌아가야 할 평범한 인생의 순간이 여행이 아닌 전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만약 이 처럼 서로 닮은 점이 많은 인생과 여행을 동일시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항상 즐겁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인생은 전쟁터가 아니라 새로움이 가득한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여행의 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 대학교 때 부족한 돈을 쥐고 떠난 배낭여행도 그랬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 귀중한 휴가를 사용하여 떠난 여행 역시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처럼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여행의 기분이 나의 인생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에서, 나는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말을 늘 달고 살게 되었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이다.


나는 인생이라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순간 여행이 시작된 것이며,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비로소 끝나는 몇 십년의 여행이다. 또한 어떠한 사람도 100% 예측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잘 풀리는 것 같다가도 불현듯 불행은 찾아오고 좌절하고 있는 순간에도 희망과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오는 것이 인생이다. 이 점은 특히 여행과 많이 닮았다.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카페나 식당에서 인생의 맛을 맛보기도 하고, 여행에 취해 가장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을 때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인생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그동안 크게 다가왔던 불행과 고통의 순간들이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로서,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건과 사고들이 소중하고 새로운 인생의 경험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오늘과 내일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들이 마치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처럼 매우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매일 같이 바라보던 (혹은 무심코 지나쳐오던) 태양마저도 하와이에서 바라보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태양처럼 보이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인생을 여행하듯이 살아가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진귀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바뀌게 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여행지의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이상하게도 눈이 시원하게 떠지고, 이미 많이 먹어본 아는 맛의 음식들도 전혀 새롭게 느껴진다. 바로 여행의 마법 때문이다. 여행의 마법이 인생에 대입되는 순간, 일상의 모든 사소한 기회들이 소중한 경험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들을 최대한 느끼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큰 축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단 일주일의 여행만으로도 큰 설렘과 행복을 느낄 텐데, 인간으로서 우리는 거의 100년에 가까운 인생의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아무리 형편없고 부족한 오늘을 보냈을지언정, 인생은 다시 리셋된 새로운 내일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지 않는가? 인생을 여행처럼 살고,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여행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다면, 아마도 나는 미소 지으며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여행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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