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交流)

언어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by 강라마

바람이 서늘하게 스쳤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마주 앉은 이들의 시선은 고요하게 그를 향한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바닥에는 묘한 긴장이 깔려 있었다.
그림 속 장면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처음으로 맞닿은 순간처럼 보였다.

수백 년 전, 이 땅의 첫 교류가 남긴 숨결은 아직도 공기 중에 가볍게 떠다닌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기, 편안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스며드는 기묘한 감각.
이곳의 시간 속에 오래 머물렀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거리.
편안함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긴장. 그것은 이 땅에서 내가 계속 마주해온 감정이기도 하다.

교류는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손을 내밀고, 시선을 주고받는다 해도
보이지 않는 경계는 여전히 얇지만 단단하게 서 있다.
그림 앞에 서 있는 동안, 과거와 현재가 포개어져
조용히 나를 비추는 듯했다.

나는 아직도 그 시선을 느낀다.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완전히 닿지 못하는 거리.
그 거리 위에서 나는 지금도 나의 자리를 확인한다.

P1000313.jpg <교류(交流)> 2025.08 | Thailand_Bangkok(Thon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