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캠퍼스.
은사님을 뵈러 학교에 갔다가 소녀들을 보았다.
이제 막 어딘가에 속하게 된 얼굴들.
지도를 들고 건물을 찾거나, 서로의 이름을 처음 부르면서 낯설게 웃거나.
그 어색함이 어딘가 눈부셨다.
나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때였다.
스무 살의 내가 불쑥 나타난 건.
그시절 나는 시를 썼다.
말로는 끝내 하지 못할 내 첫사랑에게 마음은 숨기고 시를 건넸다.
마지막 인사, 혼자만의 이별이었다.
받는 사람은 알지 못했겠지만, 나는 그 시 한 편을 보내면서 끝냈다.
그렇게 이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시를 잊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잊었는지는 모르겠다.
일이 많아서였을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가 자꾸 밀려들어서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멀리했을 수도 있다.
시는 마음을 너무 잘 보여주니까.
그걸 감당하기 싫었는지도.
스무살의 나와 스쳐지나간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음이 너무 커서,
그걸 시에다 담아서 보내던 그 시절의 나.
아, 시를 잊고 있었구나.
세월이 흘러
지금 다시 그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시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잠깐 눈을 돌리고 있었을 뿐이다.
시를 되찾고 싶다.
그도 잊었을, 그 시를.
그러면 그때의 나를...
그때의 그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