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드슬랩스 이야기] 5회
불한당(不汗黨), 아닐 불, 땀 한, 무리 당 즉,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라는 뜻이다.
내가 불한당이다. 매일매일 땀을 흘리지 않을 각오로 산다.
부산의 어느 산사, 도착해보니 계단 1, 2, 3, 다시 거기서부터 난 자드락길 200미터. 바로 전화를 걸었다.
'스님, 현장이 이런 상황이면 미리 얘기를 해주셔야죠.'
'들고 가다 한 사람이 힘 빠져 떨어뜨리면 제품 망가집니다.'
주문할 때 계단 전 입구까지 내려주면 알아서 운반하겠다 했었다.
내려오는 사람은 세 사람, 그냥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중 한 사람은 나르는 중간에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까지 올라가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내가 장사 25년 동안 이런 적은 처음이다'며 투덜투덜거리고 있는데
전화하셨던 스님이 뜨거운 식혜를 내어 주셨다. 안 그래도 덥고 열나는데...
그런데 묘하다. 이 식혜, 생강 맛이 살짝 나면서 전혀 설탕의 단 맛이 아닌... 뭐지?
멀리 다대포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시원한 산사의 바람을 맞으며 나도 모르게 화가 풀려버렸다.
큰 스님이 살아계실 때 이런 테이블 한 번은 써 봐야 되지 않냐고 한 달 넘게 인터넷을 보고,
또 보고 , '다 봐도 이 집 테이블이 제일 예쁘다'라고 노래를 하셨단다.
그래도 '상황을 미리 얘기는 해 주셔야죠' 했더니,
처음엔 그리 했더니 다들 입구에 내려놓고 도망을 가더란다.
'여기까지 먼 길 오시니라 고생하셨어요' 하시길래
'회사에서 노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어서요'라고 했더니
'아~ 그럼 역할분담을 잘하고 계시는 거지요' 하신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하. 예사 분은 아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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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듣는 음악
U2 - With Or With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