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조우

시5

by 강민선

기가 약하고 자주 뺏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

기가 약하고 자주 뺏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조차

나는 또 기를 뺏기고 온 것 같아 많이 언짢아져서

삐걱거리는 에스컬레이터 난간에 기대

이대로 지하 동굴 깊숙이 들어가 땅콩버터 한 숟갈 떠먹었으면

또 그걸로 벽화나 그리면서 살았음 좋겠네 생각하다가

맞은편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나와 똑 닮은

기가 약하고 자주 뺏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보았던

기가 약하고 자주 뺏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조차

뭔가를 뺏기고 있는 것 같던 사람을 만났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저 끝은 흐린 구름으로 가득해보여

그곳은 어디로 통하느냐 묻고 싶었지만 그 사람

끝끝내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이 향하고 있는 길의 끝 또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제 한 몸 가볍게 작정하기로 맘먹은 표정으로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만 있었다


(2016.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