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10초 만에 100유로 태운 썰

망할 놈의 열쇠!

by kangminseok


저녁 산책 후 집 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쇠가 3분의 2밖에 들어가질 않는다.


아뿔싸, 문의 반대편 열쇠구멍에 아내의 열쇠를 꽂아 놓고 나왔다. 몇 번 있던 일이라 힘과 압력으로 반대편 열쇠를 밀어 보기로 했다. 그날따라 어떠한 반응도 오질 않았다.

20분, 30분,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12시. 나의 절박함이 담긴 문이 부서질듯한 과격한 소음에 이웃들이 경찰이라도 부를까 점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우리는 안다, 유럽에서 이 시간에 열쇠공을 불렀을 때 얼마나 큰돈이 깨지는지를. 그러나 우리에게는 옵션이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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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현관에 붙어 있는 “Schlüsseldienst 24H(24시간 열쇠 서비스)” 전화번호.


독일에 살면서 얼마나 두려워했던, 피하고 싶었던 문구인가. 12시가 한참 넘어버린 시간에 결국 전화를 걸었다. 열어주는데 159유로 (사건 당일 2026년 1월 16일 환율 기준 27만 1688원)란다. 당장 출동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아보고 연락을 준다고 한다.


너무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나와 15cm 정도의 문을 두고 있는 저 열쇠 때문에 에어팟 하나 가격의 돈을 날려야 한다니. 더욱 야속하게도 지금 출동할 수 있는 직원이 없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른 업체들은 밤늦게는 최소 200유로, 많게는 300유로를 넘게 부른다고 한다고 한다. 착한 이웃에게 옷걸이를 빌려 문에 난 작은 편지 구멍으로 구부려 넣어 키를 빼보려고도, 발로 차서 안에 키가 조금이라도 밀려나기를 바라보기도, 주먹으로 열쇠구멍을 몇 십 번을 쳐봐도 키는 꿈쩍하지 않는다.


결국 친구 집에 가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두바이 쫀득 쿠키 오픈런을 하듯 열쇠집에 전화를 걸어 열쇠공을 불렀다. 열어주러 오신 열쇠공 아저씨는 매우 피곤한 얼굴로 노란색 케밥집 봉투에 얇은 철사를 하나 들고 오셨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문 틈에 철사를 끼고 그분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철컥, 문이 그대로 시원하게 열렸다. 이 모든 게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저씨는 당당히 100유로를 요구하셨다. 이것을 시급도 아닌 초급(Pay per second)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분은 초급 10유로의 작업을 마치고 유유히 떠나셨다.


매우 길고 비싼 산책, 뜻밖의 외박이었다. 정말 망할 놈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