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싸만코가 좋아진다는 것

아빠 아이스크림

by kangminseok

언제부터 붕어싸만코를 좋아하게 된 지 모르겠다. 어릴 적 내게 붕어싸만코는 ‘아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때 그 시절 퇴근한 아빠 손에 들린 검은 봉지는 내게 저녁시간의 설렘을 일으키는 일종의 랜덤박스였다. 그리고 그 안에 주로 들어있던 붕어싸만코, 아맛나, 비비빅, 즉 아빠 아이스크림 3 대장은 언제나 꽝과 같은 존재였다.


아내를 따라먹기 시작해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어릴 적 아빠의 나이에 가까워져서였을까. 어쨌든 언제부턴가 붕어싸만코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시내에서 약속이 있어 혼자 외출을 했다. 고추장과 간장을 사 오라는 아내의 부탁에 아시아 마트를 들렸다. 몇 주 동안 계속된 함부르크의 습한 추위 때문인지, 요즘 들어 아내는 부쩍 기운이 없어 보였다. 괜히 아내를 위한 간식들을 좀 구경했다. 냉동칸을 찬찬히 살피던 중 낯이 익은 붕어와 눈이 맞았다. 낯선 타국에서 마주친 붕어 싸만코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아내가 좋아할 생각에 냉큼 녀석을 집었다. 4개입에 10유로나 하는 가격이었지만 망설이지는 않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한국 과자를 몇 개 더 집었다. 컵라면 코너도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아내의 취향에 맞춰 정성껏 골라본다. 고추장과 간장을 목표로 온 것 치고는 장바구니가 꽤나 묵직해졌다. 좁쌀같이 쏟아지는 눈을 헤치며 집으로 서둘러왔다. 평소엔 잘 먹지 않지만, 아내를 위한 간식을 사서 들어가는 귀갓길은 왠지 모르게 행복하다.


저녁을 하고 있는 아내를 굳이 불러 거실 바닥에 사 온 간식들을 나열하고 자랑을 한다.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기뻐한다. 오늘 자기 생일인 것 같다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나도 그 말이 내 생일 선물인 양 기분이 좋아진다.




아빠의 검은 봉지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아빠도 검은 봉지에 간식을 잔뜩 담아서 집에 오는 길이 행복했었을까?

그렇게 싫다던 붕어 싸만코를 결국 맛있게 먹는 아들놈을 보며 아빠도 그 순간이 자신의 생일인 양 기분이 좋았을까?


부모를 잃는다는 것의 가장 큰 슬픔은 이런 소소한 질문을 할 기회를 빼앗긴다는 것이다.

아빠는 뭐라 대답했을까? 아마 주름진 얼굴로 싱겁게도 웃으며 나와 함께한 그 저녁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대답을 할 것만 같다.


그리움과 아픔은 무뎌진다 할지라도, 이렇게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은 마음에 오랫동안 남는 것 같다.




디저트로 아내와 하나씩 나눠먹은 붕어싸만코는 참 맛있었다. 붕어싸만코에는 아내를 향한 내 애정과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함께 담겨있다.


이렇게 사소한 아이스크림이 떠난 사람을 추억하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이제 스스로를 공식적으로 붕어싸만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