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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Jan 29. 2024

아이들의 엄마 이상형은?

김태희 엄마 VS 전지현 엄마??

얼마 전 아이들에게 조금은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얘들아, 너네들은 '엄마'하면 어떤 말이 떠올라?" 우리 아이들은 워낙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하기 때문에(남편이 퇴근할 때는 책보느라 꿈쩍을 안 해도, 내가 퇴근을 하면 대부분 현관까지 뛰쳐나오는 편이다), 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뜻밖에도 큰딸의 입에서 "잔소리!"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더니, 둘째 딸의 입에서는 "무서워!"라는 말이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제 겨우 10살, 8살에 들어서는 딸들에게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었기에, 또다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저 맹랑한 아이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꼬. 


일단 나의 육아패턴을 곰곰이 살펴보았다. 나는 잔소리가 조금 있는 편이기는 하다. 이것은 다 이유가 있다. 워낙 남편이 아이들에게 허용적(?)이다 보니, 특히 생활습관에 있어서는 자꾸 이런저런 말이 내 입을 통해서 나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남편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나의 장렬한 희생이랄까. 사소하게는 "이 닦아", "옷 입어",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어"부터 시작해서, "어디 가자", "뭐 하자"에 이르기까지 내가 말이 좀 많긴 한 것 같았다.  


"무서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직업상 말을 조금 무섭게 하기는 한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결과를 미리 경고하는 화법을 좀 쓰고 있는데(마치, 고객님 계약을 위반하시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시게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내용이 가끔 내가 들어도 좀 무서울 때가 있다. 또 가끔은 언성을 높이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클수록 책을 보고 있던, 자기네들끼리 놀고 있던, 한번 말해도 대답을 하지 않으니 아이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나도 모르게 약간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것 같다. 


위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은 있고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영원히 잔소리하는 무서운 엄마로 남는 것은 정말 싫었다. 그래서 며칠뒤 다시 한번 아이들과 진솔한 대화를 시도했다. ""얘들아, 그럼 너희들은 엄마가 어땠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두 딸이 입을 맞춰 똑같이 대답했다. "착하고 예쁘면 좋겠어". 이번에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뭇 남성들의 애인 이상형에나 어울릴법한 착하고 예쁜 여자가 아이들의 엄마 이상형이라는 사실이. 역시 이상형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인가. 


다소 당황한 나는 그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해 보고자, 더 깊은 대화를 시도했다. "엄마 저번에 이모 결혼식 때 화장도 하고 머리도 했는데 예쁘지 않았어?"라고 말하자, 큰 딸은 단 칼에 "그때 눈썹에 이상한 걸 붙이고 아주 괴상망측했어."라고 말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예쁜 건지 고민하던 찰나 둘째 딸이 평소에 컨택트 렌즈를 쓰는 내가 안경만 쓰면 "예쁘다"라고 하는 것이 떠올랐다. 나는 주중에 출근할 때는 컨택트렌즈를 끼고 퇴근후나 주말에는 안경을 쓰는데, 내가 안경을 썼던 날들의 내 행동들을 복기하면서 조금씩 어떻게 아이들이 원하는 엄마 이상형에 도달할 수 있을지 조금씩 안개가 걷혀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워킹맘이다. 일단 집에 오면 십중팔구는 피곤한 상태로 들어온다. 전날에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라도 한날은 침대에 곧 쏟아질 것만 같은 몸을 겨우 추슬러 세우고 퇴근하는 날도 적지 않다. 이런 날은 집에 들어오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든 것들이 눈에 거슬리면서 잔소리를 발사하게 된다. 갓 퇴근했으니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날보다는 정장도 입고 귀걸이도 하고 비주얼도 괜찮을 법한데도 이렇게 무섭게 잔소리를 하는 엄마를 예쁘다고 생각할 아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째 딸이 좋아하는 엄마가 안녕 쓰는 날, 즉 휴일에는 아무래도 마음에 좀 더 여유가 있다. 늦잠이라도 잔 날은 컨디션이 좋아서 몸도 한편 가볍기 때문에 정리도 내가 많이 하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부탁해도(예를 들면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다), 흔쾌히 들어줄 수 있다. 내가 생각해도 안경 쓴 날의 엄마는 안경 안 쓴 날의 엄마보다 더 예쁘고 착하다. 결국, 엄마가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 몸도 더 잘 움직이고 아이들의 말에도 기분 좋게 대답하는 엄마, 즉 생기 있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생기 있는 엄마의 모습을 늘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회사일에 치이고, 가사에 치이고, 육아 치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이 일상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좀 더 생기 있는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올해는 "체력증진의 해"로 삼기로 했다. 최근에 다시 깨달은 것은,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마음이 나오고 생기 있는 일상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나는 나와 아이들 모두를 위해 나의 체력에 좀 더 투자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PT를 끊거나 해도 갈 시간이 없으니 점심시간을 활용해 하루 30분 걷는 것으로 시작해, 주말에 운동을 좀 해보려고 한다. 막내가 아직 1살이라 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으니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놀이터 옆에 있는 테니스장을 등록해서 놀이터에서 누나들과 놀게 하고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면서 돌보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자기가 운동하고 싶으니 본인들 핑계를 댄다고 핀잔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엄마가 긴긴 시간 아이들이 좋아하는 착하고 예쁜 '생기 넘치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내린 큰 결정이니 적극 협조를 구 할 셈이다. 많은 엄마들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피곤하거나 아파도 참고, 마음이 불편해도 모른척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게 된다. 하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감쪽같이 숨기기 어려워 엉뚱한 데서 폭발하게 되고, 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분위기를 알아채고 눈치를 보게 되니 이래저래 육아에 해가 되는 셈이다. 그럴 바에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내 몸과 마음을 좀 더 돌보는 것 또한 더 나은 육아를 위한 필요한 총알을 장전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운동선수들이 평소에 체력관리를 잘해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듯이, 엄마 역시 평소에 체력과 마음관리를 잘해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나의 안위와 엄마로서의 능력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으니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더 "착하고 예쁜 엄마"가 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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