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 C86.0

유방암, 직장암도 모자라 이번에는 림프종이라니

by 강서경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NK-T세포 림프종 환자의 가족으로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 질환은 희귀암이며, 일반적인 증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병원 및 의료진 정보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모든 치료 결정은 반드시 치료 중인 병원의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질병코드 C86.0

림프절 외 NK/T-세포림프종, 비강형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엄마는 유방암, 아빠는 직장암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기에 이제 우리 집에 더는 '암'이라는 역경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한 가족에게 두 번의 원발암 자체도 엄청난 시련이라고 생각했기에 아빠에게 발병한 nkt세포 림프종은 더욱 참담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2024년 8월 30일.


원고 작업을 위해 모니터 위에 한글 화면을 띄워둔 창을 내려두고, 인터넷 화면을 켜 <nk/t세포 림프종>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암 관련 카페에 다시 회원가입을 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림프종 카페에도 새로 가입했다.


그날 처음 들어본 NK/T세포 림프종은 우리 집에 세 번째로 온 암의 정확한 병명이다.


엄마의 유방암 치료가 끝난 지 몇 년이나 지난 시점이고 아빠의 직장암 수술도 잘 끝났기에 다른 암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부모님이 한 번씩 암에 걸리는 이벤트가 흔하지 않으므로 이게 끝일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던 듯하다).


봄에 우리 아빠 다리에 갑자기 열매가 자라듯 생긴 징그럽게 커다란 혹덩어리들이 전부 암 세포라는 뜻이었다.


피부 위에 볼록 솟은 혹 몇 개를 림프종으로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 가족 역시 피부과적 문제라고 생각해 당시 집 근처에서 외래 진료를 보던 2차 병원의 피부과로 갔다.


의사가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걸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나는 내심 심각한 일이 아닐까 싶어 바로 3차 병원으로 갔으면 싶었다(의료 파업 대란이었기에 예약이 힘들 것 같았음).


그러나 부모님 두 분 다 암 환자니까 말이 씨가 될지도 모르니 입방정 떨지 말자는 마음으로 가만히 있었던 게 아직도 후회된다. 좀 더 일찍 발견했으면 좀 달랐을까?


2차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했으니 명확한 병명이 나올 거라는 순진한 착각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3차 병원에 가보라는 안내를 받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미 부모님의 암 치료 경력(?)이 있으니 조직검사 결과를 들을 땐 대개 '어떠한 암일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는데 처음부터 다시 검사해야 한다니.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시간 동안에 켜켜이 쌓인 불안감이 눈덩이 굴리듯 더 커졌다.


부모님이 진료 보는 3차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지를 보고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3차 병원 피부과 외래에서도 처음 보는 상황인지 감을 잡지 못했고, 우선 검사부터 해야 한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ct, pet 스캔, 종양 조직검사를 새로 했다.


기다림이 쌓이면서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그 몸집을 키웠고, 마침내 병명이 나왔다.


NK/T세포 림프종이라고.


5월에 첫 진료를 보고 결과를 들은 게 8월.


검사하면서 흘러간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내가 아는 건 고등학교 생명과학 시간에 배운 T세포라는 단어가 익숙하다는 것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을 검색해 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얼굴엔 차츰 핏기가 가셨다.


그러니까, 우리 아빠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병에 걸렸다는 뜻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