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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명품 시, 명품 해설

by 강수화


참고,

참고,

참고,

참고,

한 번 더 참고,

-부모: 박상률- ≪그케 되았지라≫ 중


동원된 어휘도 그렇고 시의 구조도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잘못 읽으면 ‘이 시는 뭐지?’이런 생각이 들 만큼 간단하다. 한데 가만히 소리 내어 읊조려보시라. 묘하게 끌린다. 그러다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참고,’ 와 ‘참고,’ 사이에 스며드는 수많은 일상과 추억들을.

부모와 나 사이에 얽혀있는, 숱한 삶의 표정들이 겹쳐 떠오르는 것이다. 부모와 나 사이를 이어 온 끈은 다른 게 아니었다. “참고,/참고,/참고,” 또 참았던 부모의 숨, 그것이었다.

이 숨이 나에게로 이어지고 후대에게 전승되어, 여기 우리가 있고 내일 너희가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참고’를 인내로만 읽는다는 건 시의 겉은 스쳐 지나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모는 물론, 다 참고 자식을 기른다. 하지만 그 인내의 밑바닥에는 ‘숨’이 깔려 있다.


부모들은 내 숨을 참고 견디는 그 힘으로 자식인 너를 기르는 것이다. 내 숨을 참고 너를 향할 때라야 비로소 온전히 네가 보이고 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 어찌 부모가 온전히 자기 숨을 쉴 수 있으리.


나는 ‘참고,’에 이어지는 빈 행간에서 부모의 걱정과 기대와 생활을 읽는다. 비어있는 칸칸마다 사연이 숨어있고 그 여백에는 노심초사의 세월이 담겨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끝이 없다.

마지막 “참고,”를 보자.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찍혀있다. 부모는 죽은 다음에도 차마 이 세상의 숨을 놓지 못한다는 뜻일 게다. 쉼표의 몸짓이 부모의 가없는 살핌같아 절로 맘이 아리다.

그가 깊이 눌러 적은, ‘참고,’ ‘참고,’ ‘참고,’를 거듭 되뇌며 나는 부모의 두터운 사랑을 체감한다. 저 빈칸의 안타까운 나열들을 보라 평생 동안 나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한가득 실려 있지 않은가.

(중략)


정우영(시인) 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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