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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Aug 01. 2023

인생 2막

제목이 “인생 2막”인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생 2-1막”이다. 

퇴직 후 첫 번째 하던 일 정리하고 이제 앞으로 10년을 위한 “인생 2-2막”을 준비하려고 한다.   

  

돌이켜 보면 2010년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년말, 여기저기 겹치는 년말송년회 자리는 화기애애하고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마시면서 내년에는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이 오고가는 자리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솜씨로 소맥을 말아주는 사람,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 화려한 입담으로 좌중을 유쾌하게 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연말의 분위기를 북돋아 주는 시간이었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누군가의 입에서 퇴직한 선배의 근황도 들려주었는데, 어떤 선배는 어느 학회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어떤 선배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중국에서 유유자적 중국어 공부한다는 소식도 들려준다. 누군가의 입에선 또 다른 어떤 선배는 새로 시작한 일이 잘 되지않아 퇴직금을 다 날리고 이후 소식이 끊어져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 아쉬워하기도 하였다.     


늘 그래왔듯이 2차로 가자는 사람들, 그냥 간다는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묻혀 나는 2차로 가자는 패거리와 뭉쳐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맥주집으로 갔다. 맥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는 500CC 한잔을 앞에 놓고 다른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1차에서 사업에 실패하여 연락 두절이라는 선배 이야기가 신경 쓰여 아득하게 멀리 꿈속에서 들리는 듯 했다. 연배도 많이 차이나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조금은 나도 들은 바 있었다. 퇴직 무렵 사업하는 아들이 하는 사업이 매끄럽지 않아 연금을 일시불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바람결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 선배 소식이 끊어졌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근황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게 연말이 지나가고 새해가 되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새해 새로운 소망을 담아 한 해를 설계한다. 나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고 새해 목표를 설계하는데 2011년 한 해를 다 보냈으니 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 하면, 나의 설계는 2011년을 설계한 것이 아니고 퇴직 후 내 삶에 대한 설계를 한해 내내 쓰고 지우고를 수없이 반복하였던 것이다.     


모두 기억은 못하지만 우선 하고 싶은 것을 100가지 정리해서 모두 쓰고 몇 가지 조건을 만들어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돈 벌려고 애쓰지 말자”를 기본으로 해서, 봉사하는 삶을 살자는 것에 방점을 두고, 첫 번째  100세 시대에 건강한 삶을 위하여 일을 하고자 하며, 두 번째 내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세 번째  연금사용은 최소화 하고 개인적인 용돈은 벌어서 쓰자.  이렇게 정리를 하고 이 범위 내에 들지 않는 것은 하나씩 지워나갔다.     


이렇게 완성된 최종 목표는 2012년부터 스마트폰 바탕화면이 되어 늘 나와 한 몸이 되었다. 그렇게 만든 바탕화면은 2016년 6월 말, 퇴직 할 때까지 사용하였고, 지금도 목표가 달라지거나 다른 계획을 세울 때 들여다보면서, 초심을 지키고 욕심을 버리는데 활용을 한다. 그리고 그해  평생학습기관에 등록하고 2년간 공부하여 한국어교사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지금은 크메어(캄보디아) 대신 사이버대학에 편입하여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어떤 목적으로든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도와줄 방법으로 다문화전문가 자격을 취득하는 공부도 하고 있다.     


물론 처음 계획을 세울 때 퇴직 후 캄보디아에 가서 한국어 봉사를 2-3년 정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려고 하였는데, 여기서부터 달라지기는 했다. 캄보디아 봉사는 다른 문제로 잠시 보류하고 용산구 자원봉사센터 한국어봉사단에서 단장으로 한글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과 외국인에게 한글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였다. 결혼이주여성 단체 「톡투미」에서 활동가로 일을 도와주고, 사진 봉사단에서는 어르신들 장수사진 촬영과 싱글맘 아이들 백일사진이나 돌 사진 촬영을 해주고, 각종 행사에 촬영 봉사를 하였다. 성북구에서는 참여예산위원으로 봉사하고, 우리 마을에서는 마을계획단 운영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사진촬영 방법을 가르치고, 촬영한 사진으로 마을달력을 만들 계획이고, 공터에 꽃씨를 뿌리고,  수세미와 여주를 심어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주려고 한다.  다밥(다 같이 이야기 하며 밥 먹자) 프로그램은 주민들 간 소통을 위하여 2주에 한 번씩 주민 센터에 모여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하여 걷기행사를 하고 있고, 여름이 지나면 문화 사업으로 주민 백일장을 열고, 여러 가지 발표회 자리도 만들어 줄 준비는 끝냈다. 그렇게 우리 마을 사람들을 위해 참여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 2018년 6월말이면 퇴직 후 만3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하던 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처음 계획대로 다시 경제활동을 하려고 한다. 그동안 생각하고 메모해 두었던 몇 가지 일들을 조금 더 구체화 작업을 하고, 사업계획서도 만들어야 한다. 금년 2월부터는 협동조합 관련하여 공부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전공을 살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후배들 요청으로 사업계획서부터 여러 가지 준비작업도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인생 2-1막이 끝나고,  앞으로 10년을 위한 또 다른 나의 인생 2-2막 시작이다.     


다시 뛰자 Begin Again.


18.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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