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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Sep 19. 2023

보증기간이 지나서...



인터넷에서 술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 중 “주도(酒道) 18등급과 오불고(五不顧)”라고 술 주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조지훈시인』이 반포하였다는 내용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음미해 볼만한 내용이다.     


모두 인용하기는 내용이 많아 찾아보면 나오니 전체 설명은 넘어가고 오불고(五不顧) 정도는 소개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첫째 원근불고遠近不顧, 둘째 상하불고上下不顧, 세 번째 청탁불고淸濁不顧, 네 번째 육채불고肉菜不顧, 다섯 번째 생사불고生死不顧, 조금 풀이하자면 “술 마시는 장소가 멀고 가까움을 따지지 말고, 술자리에서 윗사람 아랫사람 따지지 말고, 좋은 술 나쁜 술 따지지 말고, 고기 안주인지 채소 안주인지 따지지 말고, 마지막은 술 마시는데 목숨 정도는 따지지 말라”라는 이야기다.   

   

다음 기회가 되면 18등급에 대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불고五不顧를 감히 해석해 보면 큰 틀에서 “언제 어디서나 술은 그냥 즐겁게 마셔라.”로 해석하는데, 나도 술 좋아하는 입장에서 존경하는 문인들의 고견에 토를 달 이유가 없다.      


가족 이야기로 돌아가면, 본가 형제들은 두주불사였는데 현재 아우들은 술 마시는 것을 많이 자중하고 있고, 처가 형제들 이야기하면,  지금 이천 현충원에 편히 쉬고 계신 장인어른께서도 약주를 좋아하셨고, 동서 형님도 한 분은 술 좋아하지 않으셨고, 한잔하실 때 도수가 높은 독한 술 한잔 정도 마신다. 손위처남 한 분 아예 술을 마시지 않고, 손아래 처남 2명이 있는데 여기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다.     

 

나도 술 좋아하니 처가에 가면 장모님께서 늘 술상을 차려주셨다. 그렇게 장인어른과 가끔 한 잔씩 하거나, 처남들하고 한잔하는 때도 많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나는 술 종류나 제조회사 따지지 않고, 아무 종류나 마시는데, 처남들은 취향이 달라서 각자 좋아하는 술로 자작한다. 예를 들어 내가 주점에 가면 종업원이 “술은 뭘로?” 라고 하면 “손에 잡히는 대로 주세요.”라고 하는데 처남들은 “XX주세요”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고는 아닌 듯한데, 둘째 처남은 술을 조금 줄인 듯하고, 막내는 예전 같지 않지만, 요즘은 만나면 그래도 조금 줄였다는 생각에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술은 누가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에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누가 만들었던 술은 인간사회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하였고, 삶과 죽음을 동반하였다.     

다시 가족 이야기로 돌아오면, 장모님은 장인께서 술 많이 마시는 장인을 늘 마땅하지 않게 생각하셨고, 덜 마시라고 잔소리 하셨던 것 같은데, 나는 장모님께 아버지 힘 있으시니 마시고, 힘 떨어지면 그나마 좋아하시는 약주 마시지 못하니 그러시지 말라 말씀드렸다.     


그래도 늘 내가 가면 술상 챙겨주던 장모님은 코로나로 지난해 3월에 멀리 북망산 여행 가셨고, 장인께서는 벌써 7년이 지난 2016년 1월에 먼저 떠나셨다. 가끔은 그리운 그 시간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언젠가 아버님(장인께 내가 부르는 호칭이다.)과 한잔 술 하면서, 집사람 특별히 아픈 곳 없던 사람이라, 집사람의 상악동 염증 때문에 2번째 수술 후 퇴원 하였을 때 이야기하였던 것 같다.     


“아버님 어멈이 상악동에 염증이 생겨 수술했습니다.”

“보증기간 지났으니, 수리도 반품도 안되네. 자네가 알아서 하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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