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라디오
3년 만에 만나자 마자 말도 없이 귓방망이를 후려친다.
그렇게 서로 한 싸대기를 주고 받은 후 한 여자가 말한다.
너 나 모르냐?
최근 개봉한 영화 ’밀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 안에 너 있다“같은 류의 오글거리는 대사일 수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너 나 모르냐?“라는 대사가 가슴을 후벼 파왔다.
’너 설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 아니지? 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잖아!‘라는 처절함과 절규가 들려왔다. 그 처절함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단 5글자로 표현했다.
’너 나 모르냐?‘
그 절규를 뒤로한 채 영화에서처럼 ’상대방은 몰랐다’라는 결과로 생각해 본다면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 같다. 상대방의 속마음, 의도, 진심, 마음, 감정, 정서, 심리 이 모든 걸 어떻게 정확히 다 알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만났던 지인 분이 한 말이 떠올랐다.
”저도 텐님의 상황이 매우 안타까워요.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도와주고 싶은 마음 뿐이겠지요. 그 어느 누구도 텐님이 아닌 이상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을거에요. 그럼에도 텐님을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은 100% 온 마음을 다하고 있을 거에요“
맞는 말이다. 나는 상대방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알아주길 바라겠지만 실제로 그러긴 정말 어렵다. 얼마나 어렵다면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를 질문해 보면 알 수 있다. ‘나, 나 모르나?’ 이 질문을 곱씹어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즐기며, 무엇을 바라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등.
상대방이 날 알길 바라는 처절함과 절규, 간절함. 그 시작은 내가 되어야 할 듯 하다. 내가 먼저 나를 안 후에 상대방에게 물어보자.
너, 나 모르냐?
물론 상대방은 모르겠지. 그래도 물어보는거다. 알아달라는 처절함과 절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