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n Aug 19. 2018

행복의 조건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남자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섰다. 염라대왕이 이 남자의 인생을 살펴보니, 꽤 착한 일을 많이 하며 살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상의 의미로 남자에게 다음 생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다음 생을 어떻게 살지 선택권을 주겠다. 한 가지만 말해봐라"


 남자는 고민이 됐다. 부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잠시동안 고민을 한 남자는 이 모든 것의 끝은 행복이라고 판단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자는 환생했다.


 90년 뒤, 남자는 죽어 다시 염라대왕 앞에 섰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남자는 분에 못이겨 씩씩거리며 염라대왕에게 따졌다.


"아니,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저번 생이랑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잖소! 집이 부자도 아니고, 특출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뭐가 행복한 삶이란 말이오!?


그러자 염라대왕이 말했다.

"너에게 가족을 주지 않았느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형까지 말이다. 그게 행복한 삶의 첫 시작이다"


 과연 가족이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중요한 조건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화목한 가정이라면 좋을 것이고, 폭력적인 가정이라면 나쁠 것이기 때문이다. 화목한 가정과 폭력적인 가정은 양 극단이라 이 가정이 행복한 삶의 조건인지 아닌지는 쉽게 답이 나온다. 하지만 그 사이에 어중간한 가정이라고 할 경우 다소 헷갈릴 수 있는데. 누가봐도 항상 폭력적이거나 서로 피해를 주는 가정이 아니라면, 가족은 행복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불행한 두 남자의 공통점
 기억의 밤이라는 영화가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가족과 함께 이사를 가던 남자는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부모님은 죽고, 형은 혼수 상태에 빠져 버린다. 형의 수술비와 병원비를 낼 수 없던 남자는 살인을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누군가의 유혹에 굴하고 만다. 아이 2명은 놔두고, 자신의 아내만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당황한 남자는 실수로 큰 딸까지 죽이게 된다. 큰 딸을 죽인 일로 다투다 남편까지 죽여 버리게 된 남자는 괴로움에 스스로 모든 기억을 잃고, 비참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일가족이 모두 죽고, 혼자 남은 남자 아이는 집의 모든 재산을 친척들에게 뺏기고 비참하게 살아가며 가족을 몰살한 남자에게 복수의 칼날을 간다.


 이 불행했던 두 남자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잃었고, 괴로워 했으며, 잘못된 길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첫 시작은 같았다. 가족의 죽음. 가족이 행복의 조건이냐를 생각할 때, 우리는 '가족은 항상 있다' 라고 전제하는데 그것은 틀렸다. 가족은 당연한 게 아니다. 가족은 없을 수도 있고, 불의의 사고로 잃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가족이 있다는 것은 행복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잃은 두 남자가 행복할 수 없던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가족은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당연한 게 아니다.
있을 때 잘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 빼고 다 멍청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