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by 이룸


2025년 7월의 어느 날 아침 카메라가방을 둘러메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살고 있는, 완산소방서 뒤편에서 걷기 시작하여 강변공원을 지나고 삼천 위에 건설된 효천교를 지났습니다. 백로공원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왼쪽을 바라보니 기다란 렌즈를 삼각대에 올려놓은 사람들이 네 명 보였습니다. 그들의 뒤편에 있는 주차장에도 여섯 명 가량이 역시 기다란 렌즈를 장착한 채였습니다. 뭐지? 뭐가 나타났나? 방향을 꺾어 네 명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뭐가 나타났나요?” 그러자 남자 한 명이 앞쪽의 건물을 가리켜 보였습니다. 6층 상가건물의 뒤편이 보이고, 6층의 난간 위에 새 두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80여 미터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어서 새의 종류 같은 것은 알 수가 없습니다. “수리부엉이가 요즘 이곳에서 살아요.” 남자가 말했습니다. 지금껏 책이나 영상으로는 본 적이 있어도 실물을 본 적은 없습니다. 카메라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50mm렌즈를 75-300mm렌즈로 갈아까운 다음 뷰파인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육안으로 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잠깐 봐도 될까요?” 남자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하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자의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댔더니 바로 눈앞에서 수리부엉이가 눈을 깜박거리고 있더군요. 아! 감탄과 한숨이 섞여 나옵니다. 렌즈에 대해서 물었더니, 600mm라는군요. 가격은 1,800만 원 정도. 본체는 EOS R1. 가격은 800만 원 정도. 내 카메라는 EOS 6D. 중고로 구입했고, 70만 원. 50mm와 75-300mm 두 개의 렌즈까지 합쳐서 150만 원이 안 됩니다. 가격 차이만큼이나 성능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건물 아래를 향해 다가가서 카메라를 들어 올려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흐릿하고 조그맣게 보입니다. 직각으로 놓인 옆건물을 올려다보니 6층의 끝부분에 옥상이 보였습니다. 옆건물 입구를 찾아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린 다음 복도를 걸었습니다. 복도 끝부분에 옥상으로 향한 유리문이 보입니다. 이제 10여 미터의 거리에 수리부엉이가 있습니다.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도 수리부엉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주시합니다. 역시 새들은 예민합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문을 열고서 가까운 쪽에 자리한 수리부엉이에 렌즈를 향하고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자 두 마리가 거의 동시에 휑하니 날아가 버립니다. 10여 미터 거리에서 촬영했어도 화면에 그다지 크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업로드한 사진은 포토샵을 통해 수리부엉이 부분만 잘라내고 보정한 것입니다. 빨리 돈 벌어서 600mm렌즈를 장만해야 할 텐데…….


인터넷으로 ‘수리부엉이’를 검색하니, 목뼈가 발달하여 270도까지 고개를 돌릴 수 있고, 커다란 눈으로 밤에도 잘 보며, 청력은 고양이의 4배라고 하는군요. 영어로는 Eagle Owl.


수리부엉이의 커다란 눈을 보고 있자니, ‘똑바로 살아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똑바로 보고 똑바로 듣고 똑바로 느끼며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