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flower 1

by 이룸

나는 카프카를 꿈꾸었다.

카프카처럼 되지 못할 바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돈이니 권력이니 하는 것들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카프카.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어야 했다. 카프카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간파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리비도가 펄펄 끓어 넘칠 땐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들어가 매일 교정 작업을 하면서도 줄곧 내 목표는 확고했다. 오로지 카프카.

내가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든 여자를 만나게 된 것은, 서른일곱 살이 된 해의,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

내가 다니던 출판사의 편집부에 새로운 여직원이 들어왔고, 그리하여 회사 근처의 횟집에서 회식을 하게 되었다.

커다란 눈과 입에 조그맣게 자리한 코를 지닌, 어찌 보면 귀엽게 생겼고 어찌 보면 특이하게 생긴 여자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개성 있는 얼굴과는 반대로 지극히 차분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모습과 행동에 나는 매혹되었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나처럼 혼자 살고 있다는 점이 매혹을 증폭시켰다. 그리하여 회식 자리에서 나는 은근슬쩍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고,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꿈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여자가 피식, 한쪽 입 언저리를 들어 올리며 비웃음을 날리는 것이었다.

“어, 지금 비웃는 거예요?”

내가 말하자, 여자가 내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잘 모르시나 본데, 카프카는 외계인이에요.”

“네?”

확 술이 깨는 기분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술자리에서까지 줄곧 조심스럽게 처신하던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에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외계인이 유배당해서 인간의 몸으로 변신한 거라고요.”

여자는 다시금 진지한 어조로 속삭이고 있었다. 내 몸과 정신이 휘청거렸다. 이럴 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웃기는 여자네, 라고 해야 할지, 재미있네요, 라고 해야 할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고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여자가 왼손 집게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대며 쉬, 했다. 그리고 다시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더 알고 싶으면, 이 자리 끝나고 따로 만나서 알려드릴게요.”


그리하여 회식이 끝나고 모두 흩어졌을 때, 나는 그녀와 따로 만나 술을 마셨다.

물론 다른 직원들이 모르게 만났다. 여자가 직원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서 길을 걸었고, 나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다가 모두 사라진 걸 확인하고서야 차 밖으로 나와 여자가 걸어간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맥줏집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녀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외계인들이 심심찮게 포진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가 전생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럼 그들이 죽으면 다시 외계 행성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그렇죠.”

그녀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곤 빨대로 맥주를 쪼옥 빨아들였다. 단둘이 있게 되자 그녀는 그동안 지녀왔던 조심성을 지웠다. 편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술을 입술에 살짝 적시기만 하던 여자가 단둘이 있게 되자 틈 날 때마다 술을 들이켰다, 그것도 빨대로.

주량을 넘게 마시고 있었지만, 내 정신은 말짱했다. 그녀의 묘한 사고와 행동방식에 호기심이 출렁거렸다. 빙긋, 나는 웃음 지어 보였다.

“왜 술을 그렇게 먹는 거예요?”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반응했다.

“아니, 그냥…… 술을 빨대로 먹는 사람은 처음 봐서…….”

“카프카처럼 되고 싶다고 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남들 하는 대로 행동하면서 살려고 해요?”

머릿속이 어수선해졌다. 분명 논리적이지 않은 듯한데 그녀는 확신에 차서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맥주를 들이켜고 땅콩을 연거푸 입으로 가져가 와그작와그작 씹어대기만 했다.